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무제한으로 낙태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요구를 중단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낙태권 제한 조치를 잇달아 단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해 대선 유세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던 낙태 이슈가 다시 점화될 지 관심을 모은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례 반(反)낙태 집회 ‘생명을 위한 행진’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무제한으로 낙태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급진 민주당의 노력을 중단시킬 것”이라며 “내 두 번째 임기 역시 가족과 생명의 가치를 자랑스럽게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에서 2022년 폐기된 사실을 언급하며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 덕에 역사적인 잘못이 3년 전 바로 잡혔다”는 발언도 했다. 그는 또 “기도하고 신앙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바이든 체제에서 박해받았던 기독교인과 친생명 활동가들을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낙태 클리닉 입구를 막은 혐의 등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이른바 ‘친생명 활동가’ 일부를 사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낙태를 지원하는 단체에 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국제비영리단체가 미 연방자금을 받으려면 낙태 서비스나 상담을 제공하거나 홍보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 정책은 ‘멕시코시티 정책’으로 불리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처음 도입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폐지했으며, 이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재도입,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폐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자금을 낙태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하이드 개정안’의 효력을 재확인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밖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에서 탈퇴한 ‘제네바 합의 선언’에 재가입한다고 발표했다. 제네바 합의 선언은 여성과 소녀의 낙태권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현재까지 35개국 이상이 서명했다.
한편 미국에서 낙태 이슈는 지난해 대선 기간을 내내 달군 중대 이슈 중 하나였다. 민주당은 지난 50년간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2022년 6월 폐기된 것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실책이라고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여성 유권자의 표가 이탈할 것을 우려해 전국적인 낙태금지법 시행은 바라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이슈를 외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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