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내 대표적 학군지로 분류되며 아파트 매매·전세 수요가 넘치는 양천구 목동이지만 해가 갈수록 주차난은 극심해지고 있다. 이중 주차도 모자라 삼중 주차를 해도 주차 공간이 부족해 단지 사이사이 도로 한 쪽 켠에 차들이 늘어선 지도 오래됐다. 재건축을 기다리다 지친 주민들은 주차 스트레스에 직접 나서서 주차장을 만들고 있다. 심겨져 있는 나무를 뽑고 배구장 등을 없앤 자리에 지상 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40년 전인 1980년대에 처음 지어질 당시에는 가구당 자차 비율이 높지 않아 처음 설계된 지상 주차장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점차 가구당 자차 한대를 기본으로 소유하게 되면서 주차 문제가 불거졌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에 30년 넘게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퇴근이 늦거나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올 때 어디에 주차할 곳이 없을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이라며 “주차 할 때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기어를 중립으로 두는 게 습관이 됐고, 이른 아침이나 밤에도 주차 관련 전화를 받는 일도 익숙하다”고 말했다.
오죽했으면 양천구청은 지난해 목동 아파트 단지의 옥외주차장 증설 사업비를 지원했다. 공동주택 세대별 옥외주차장 증설 시 총 사업비의 최대 80%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지원 조례’를 일부 개정해 1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공동주택 지원사업을 통해 옥외주차장 증설 신청 단지를 접수했고, 전문가 현장실사와 ‘공동주택지원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목동신시가지 3단지, 4단지, 11단지 등은 주차장 230면을 증설하는데 약 6억 원을 지원 받았다.
3단지는 배구장을 주차장으로 만들었고, 4단지와 6단지는 나무를 뽑은 자리에 주차장을 새로 만들었다. 올해에도 양천구청은 단지별로 최대 200면가지 옥외주차장 증설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청의 지원에도 주민들의 투표에서 찬성 동의율이 높지 않아 옥외주차장 증설이 불발된 단지들은 내부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오래된 구축이다보니 집주인들은 다른 동네로 떠나고 세입자들이 사는 경우가 많은데, 목동에 거주하지 않는 소유주들은 돈을 내고 주차장을 증설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부는 주차장 증설을 위해 나무를 뽑거나 운동 시설을 없애는 것에 반대한다.
이에 대해 주차장 증설을 원하는 주민들은 “재건축이 되려면 앞으로 10년은 남았는데 그 기간을 주차로 고생해야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