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고 있다는 해외 유력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정부 당국에 의해 인권 침해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본인 및 친척과 대화, 법원 문서를 통해 중국 정부에 항의하거나 불만을 제기한 뒤 정신건강상의 이유로 입원 당한 중국인 59명이 확인됐다. 이들은 중국 당국이 임의로 반체제 인사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선언한 뒤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이러한 조치에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중국 정부는 정신병원 입원 시 당사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정신위생법'을 2013년 발효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BBC에 따르면 장준제(20) 씨는 2022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대해 대학 밖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가 며칠 뒤 정신병원으로 끌려가 12일에 걸쳐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 장씨는 병원 침대에 묶이기도 했고 직원들에게 구타 당한 뒤 약을 먹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에도 그는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한 춘제(음력설) 때 폭죽놀이 금지 조치를 무시하고 폭죽놀이 영상을 만들었다가 2달여간 정신병원에 갇혔다. 그는 결국 뉴질랜드로 도망쳤다.
리젠 씨는 2018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뒤 정신병원으로 끌려갔다. 리씨는 병원에서 비판적 사고를 가로막는 항정신병 약물 복용을 거부하자 전기경련요법(ECT)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증이 있었고 온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전기 충격이 오고 꺼지고, 충격이 오고 꺼지고 여러 번 기절했다. 죽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52일 만에 퇴원한 그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르면서 미국 망명 절차를 밟고 있다.
BBC 취재진이 강제 입원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 4곳의 의사 5명에게 환자가 경찰에 의해 이송된 사례가 있는지를 묻자 4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 의사는 "정신과에는 '문제아'라는 유형의 입원 치료가 있다"고 털어놨다.
정신위생법 남용 사례를 추적해온 중국 시민 언론인 그룹에 따르면 2013∼2017년 200명 이상이 당국에 의해 부당하게 입원 당했다. 이 단체 창립자도 체포되면서 2017년 이후 기록은 없다. BBC는 이와 별도로 2013∼2024년 중국 법원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강제 입원을 이유로 경찰과 지방정부, 병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시도한 112명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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