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검찰이 신청한 구속 기한 연장을 재차 허가치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구속 기한이 단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검찰은 이르면 26일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다만 법원이 검찰의 보완 수사권 등 법적 요인을 거론하며 구속 기한 연장을 불허했다는 점에서 향후 공소기각 판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은 이르면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구속 기한 연장을 거듭 불허하면서 27일인 구속 기한까지 단 하루만 남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때 기한(10일) 내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앞서 24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한을 연장해 달라는 검찰의 신청을 불허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사건을 송부받은 검찰이 구속 기간을 연장해 강제 수사를 하는 데 법적 근거나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근거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제26조를 꼽았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수사처검사는 기소 권한이 없는 고위 공직자의 범죄 등을 수사 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 이때 검사는 해당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 이에 검찰은 25일 새벽 2시께 곧바로 재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당직 법관인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도 구속 기간을 연장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법에 두 기관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해 놓은 데다, 검사의 보완 수사권이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은 만큼 검찰이 추가적 수사가 아닌 기소 여부만 판단하라는 것이다. 법적 조항에 따라 법원이 허용치 않으면서 결국 검찰은 윤 대통령을 소환하거나 방문해 조사할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다소 예상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9월 10일부터 시행된 공수처법이 기소 권한, 보완 수사 범위 등 기존 형사소송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여럿이었지만, 그동안 보완 입법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직무유지와 직권남용, 알선수재,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 권한을 지니고 있다. 대통령, 국회의원,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에 대해서는 수사는 가능하나, 재판에 넘길 권한은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검찰 모두 검사의 조직이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는 물론 기소 권한도 다르다”며 “시행 3년이 되어가고 있는 데도, 보완 수사 등 추가적 입법은 이뤄지지 않는 등 여야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공수처가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에 발의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총 35건이다. 이 가운데 국회 문턱을 넘은 건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안반영(4건)·임기 말료(30건)의 사유로 21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폐기됐다. 법조계 일각에서 향후 윤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재판부가 공고기각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경·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는 관할권, 수사권 유무 등과 관련해 각종 논란이 제기됐다. 게다가 수사·기소 절차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공수처법·형사소송법 사이 충돌 지점이 많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공소기각 판결은 법원이 제기된 공소가 적법하지 않다고 인정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한 재판권이 없을 때 △공소 제기의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 △공소 제기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가 제기됐을 때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에서 고소가 취소됐을 때 법원은 공소기각을 선고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