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아파트값이 급등한 여파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 9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이 역대 처음으로 전체 거래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아파트값 상승과 인기지역 아파트를 선호하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거래된 5만 6800여건 가운데 실거래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한 경우가 전체의 53.8%를 차지했다. 이는 정부가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금액대별 거래 비중은 2018년만 해도 전체 계약의 83.4%가 9억 원 이하 거래였고 9억 원 초과는 16.6%에 불과했다. 당시는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못 받는 고가 아파트의 기준이 9억 원으로, 거래 10건 중 6건 이상(60.9%)이 6억 원 이하에 팔렸다. 이후 저금리 장기화와 2020년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의 부작용으로 전셋값과 아파트값이 동반 상승해 2020년에는 9억 원 초과 계약 비중이 31.6%로 증가했고, 2021년에는 44.3%로 늘었다.
그러다 2022년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거래 절벽이 심화하고 아파트값도 급락하며 9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이 38.8%로 줄었다. 하지만 2023년 매매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9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이 다시 46.5%로 높아졌고 지난해는 절반을 넘었다. 정부가 2023년에 특례보금자리론, 2024년부터는 신생아 특례대출로 9억 원 이하 주택 구입에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9억 원 초과 거래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 9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이 과반을 차지한 것은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지역의 거래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 8억 4502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 기준 9억 8333만 원으로 9억 원을 넘었고, 같은 기간 평균 매매가는 8억 1595만 원에서 12억 7274만 원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2018년 전체 거래량의 60.9%에 달하던 6억 원 이하 거래 비중은 2023년에는 26%로 줄고, 지난해는 역대 최저 수준인 20.7%로 감소했다. 반면 50억 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에 34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0.04%에 불과했던 50억 원 초과 아파트는 지난 2023년 전체 계약의 0.45%인 160건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0.72%인 408건에 달했다. 2020년까지 1건도 없던 100억 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계약도 2023년 6건에서 지난해는 23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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