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연로해 아프기 시작한 이들에게 긴 명절 연휴는 그리 반갑지 않을 수 있다. 일처럼 순번을 돌려 부모님을 케어해온 형제들 간 불만이 터져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부모를 더 이상 돌보지 못하겠다고 선언하고 싶다가도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될까 주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족 갈등의 주된 원인이 ‘건강’이라는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실감케 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7499가구를 대상으로 가족 내 문제와 갈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족 내 문제가 있던 가구의 54.85%는 '가구원의 건강'을 주요 갈등 요인으로 꼽았다. 노부모의 거동이 불편한 자녀들에게는 이러한 스트레스가 더욱 크게 마련이다. 노인이 움직임 없이 장기간 누워만 있게 되면 근육량이 감소할 뿐 아니라 폐렴과 욕창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자녀들의 실질적인 돌봄 강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외부 충격으로 인해 척추가 납작하게 주저앉는 질환을 일컫는 척추압박골절은 돌봄 강도가 높은 대표적인 질환이다. 고령일수록 근력이 약해지는 탓에 쉽게 넘어지다 보니 흔히 발생한다. 통증 정도와 진단 결과에 따라 치료 방법이 결정되는데, 증상이 심할 경우 척추를 바로잡아 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부서진 뼈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용 골 시멘트를 주입해 굳게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을 받는 대신, 허리 보조기 등을 착용한 채 자연적으로 치유될 때까지 침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치유 기간은 짧게는 수 주, 많게는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
시니어들의 근육량 감소와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재활과 비수술 치료의 병행은 중요하다. 침∙약침 치료와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는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이다. 약침의 허리 통증 완화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연구저널(Journal of Pain Research)’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는 물리치료보다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통으로 약침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평균 요통 통증숫자평가척도(NRS)는 치료 전 중증 수준인 6.42에서 6주 후 경증 수준인 2.80으로 크게 호전됐다. 반면 물리치료군의 NRS 감소폭은 1.96에 그쳤다. NRS는 10점을 기준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통증이 덜하다는 의미다. 시각통증척도(VAS)를 살펴본 결과도 유사했다. 약침치료군의 VAS 개선폭은 39.3점, 물리치료군은 20.8점으로 약침의 통증 완화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절로 인한 주변 조직의 어혈을 풀어주고 뼈와 근육을 보강해주는 약제를 활용하는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척추 건강은 전반적인 삶의 질과 직결된다. 이번 설 명절에는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라도 부모님의 척추 건강을 다시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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