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시민 고통을 외면하고 기업과 자본 중심의 성장 전략만 언급해 분노를 넘어 안타깝다.”(한국노동조합총연맹 논평.)
“삼성전자의 더불어민주당 방문 이후 민주당은 2월 3일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토론을 한다고 한다. 민주당 집권 시나리오에 따른 보수로 회귀인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논평.)
노조 지형을 양분하는 양대 노총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내건 실용주의와 최근 민주당 행보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2대 총선 때 양대 노총과 했던 노동·사회 정책 약속과 현재 행보가 너무 달라서다.
28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작년 3월 12일 한국노총은 22대 총선 정당별 노동사회정책 평가 토론회를 열고 각 정당의 정책요구안 수용 여부를 공개했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7대 요구는 △사회연대 입법 법제화 △노조법 제2·3조 입법 재추진 △공적 노령연금 수급연령과 연계한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주4일제 도입 및 장시간 압축노동 근절 △산업별·업종별 교섭과 사회적 임금체계 구축 △지역 중심 돌봄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공공의료 인력확대 및 의료 불균형 해소 등이다.
당시 민주당은 7가지 정책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면서 관련 논의 기구를 만드는 등 입법 의지와 구체적 실행안도 제시했다. 이는 민주당 스스로 22대 총선 공약 목표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정의 실현’으로 정하는 등 노동계와 당 정책 방향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같은 달 28일 민주노총이 토론회를 열고 공개한 각 정당에 보낸 정책질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노총도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법 2·3조 개정 등 한국노총과 대부분 일치하는 12대 주요 의제를 각 정당에 전달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6개 정당은 이 의제들에 찬성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시 양대노총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과 시장중심주의가 근본적으로 노동계의 지향점과 달라서다. 윤 정부가 노동계 입장에서 노동 탄압이라고 느낄만큼 친기업적인 정책을 편 점도 국민의힘 결정의 배경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노총의 정책 질의에는 답변서도 안 보냈다.
작년 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이 대표의 실용주의에 발끈한 양대노총과 민주당의 관계가 악화될지는 반도체 특별법 내 주 52시간제 폐지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내달 3일 직접 토론회를 주재하고 노사 의견을 들어 주 52시간제 예외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특별법 내 주 52시간제 유예와 관련해 “노동계는 이게(주 52시간제) 무너지면 다른 산업 영역과 근로기준법 일반 원칙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저의 기본적인 입장은 실용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노동계는 지금 제도를 잘 활용하면 된다고, 산업계는 (주52시간 유예가) 꼭 필요하다고 한다”며 “토론을 해보면 일정한 합의점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쌍방 이야기를 듣고 판단한 뒤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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