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무안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 여전히 유가족들은 무안국제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긴 시간 희생자 수습과 장례 절차를 모두 마무리 했지만 사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최종 수습을 위해 명절에도 공항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설 명절 당일인 29일 오후, 유가족들은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차례를 지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유가족 대표단 등 일부 유족들은 명절에 앞서 차례상 준비를 위해 식재료를 구입하고 전날인 28일 차례 음식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이달 25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제2차 유가족 총회를 개최하고 사고 현장 주변의 시신 조각 및 유류품 등에 대한 수색 작업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유가족 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수색 작업 종료를 선언하고 명절 차례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남은 사고 원인의 조사 결과에 유가족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프랑스 사고조사당국(BEA)와 함께 합동 사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조위는 이달 25일 사고 여객기 양쪽 엔진에서 깃털과 혈흔을 발견했으며, 유전자 분석 결과 ‘가창오리’의 것으로 확인했다. 사고의 1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던 ‘버드스트라이크’의 증거를 확인한 것이다.
추가의 사고 원인 등에 대해서 사조위는 “운항·정비 등 각 그룹별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세부 사항을 면밀히 분석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이 마음을 졸이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악성 댓글, 허위사실 유포 등 온라인 게시글의 작성자 등에 대한 경찰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총 233건의 참사 관련 악성 댓글 등 온라인 게시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면 총 14명을 검거했다.
참사와 관련해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까지 경찰은 20여 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으며, 이중에는 사고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둔덕을 설계한 공항공사 실무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참사를 이용해 유가족들에게 접근해 사건을 수임하려는 로펌들이 있어 유가족들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달 23일 유가족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여러 로펌에서 우리의 안타까운 사고를 이용해 본인들의 영업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여러 방면으로 확인되고 있다"라며 “개별적으로 유가족들에게 접촉하며 사건을 선임하려는 행위를 당장 멈춰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배상 및 보상과 관련한 금전적인 이야기는 유족의 동의도 없이 진행할 수 없다”면서 “조사 과정의 공정성, 조사 결과의 객관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사고조사 결과르 지켜보고 대응하자’는 것이 유가족 협의회의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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