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명의 댄서들과 함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칼군무’를 보여준 그룹 세븐틴의 히트곡 ‘손오공’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2억4000회를 돌파했다. 세븐틴을 비롯한 K팝 가수들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K팝의 위상을 높여준 일등 공신인 K안무의 저작권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창작 안무’의 저작물 등록 기준과 절차가 불투명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저작권 보호 대상에 안무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다. 지난해 7월 한국안무저작권협회가 국내 안무가 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저작권위원회에 안무 저작물을 등록한 경험이 있는 안무가는 2.2%에 불과했다.
◇"춤도 돈 된다"…스타트업 ‘무븐트’ = K안무에 대한 저작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안무가들이 댄스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고 수익화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 중인 ‘안무 저작권’ 회사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세계 최초 댄스 IP 인프라 스타트업 ‘무븐트’다. 현대무용 전공자인 정의준 대표와 안무저작권협회 부회장인 최영준 안무가가 공동창업한 무븐트는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기술 창업 투자 프로그램 팁스(TIPS)에도 선정되며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팁스는 정부와 민간투자가 함께 유망 기술 스타트업을 선발하여 2년간 최대 7억원의 연구개발 자금과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는 3D와 AI에 있다" = 댄스 관련 산업을 보호하고 확장하기 위해 설립된 무븐트는 세븐틴·BTS·트와이스 등의 안무를 짠 최영준 안무가를 필두로 엔터테인먼트, 3D, AI, 스타트업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3D 산업과 생성 AI 분야에서 춤과 관련된 저작권 보호와 고품질 데이터의 중요도를 예측해 안무 인식 및 창작 보조를 위한 다양한 AI 모델 연구를 시작했다. 무븐트는 현재 전세계 댄서들과 안무DB를 조회하는 플랫폼인 ‘무븐트 커뮤니티’와 댄스 3D 애니메이션 데이터에 대한 공식 IP 라이선스를 게임에 유통하는 솔루션인 ‘무븐트 퍼블리셔’도 운영하고 있다.
무븐트는 이번 팁스 선정 과제에서 AAA급 게임 개발 환경에 최적화된 안무 3D 애니메이션 생성 모델 ‘mvntAI’을 제시했다. 정의준 무븐트 대표는 “해당 모델에 음악과 텍스트를 입력하면 고해상도의 안무를 맞춤 제작할 수 있다”라며 “제작자들의 고품질 댄스 데이터 제작 과정을 간소화하고 댄서들의 저작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븐트는 독자적인 기술력과 IP를 기반으로 국내외 게임사 및 엔터사들과 파트너십을 확장할 계획이다. 실제로 무븐트는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와 댄스 IP 상품 개발 및 판매 관련 계약을 맺기도 했다. 정 대표는 “최근 엔비디아, 메타 등 빅테크 기업에서도 ‘움직임’과 관련된 전문 AI 기술 제작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저작권 윤리와 함께 오리지널 IP 홀더에 대한 권리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와 최영준 총괄 프로듀서는 궁극적으로 “기존 엔터테인먼트의 밸류체인에서 '댄스 IP'라는 문화자산을 디커플링해 타 산업으로 활용처를 확장하는 등 엔터테크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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