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두 번째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여야가 모두 거센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최 권한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설 연휴로 미뤄진 정례 국무회의를 31일 개최할 방침이다. 17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정된 내란 특검법에 대한 공포안 또는 재의요구안을 심의 및 의결할 마지막 국무회의다. 이번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2월 2일까지다.
최 권한대행은 설 연휴 기간 정부 부처 의견 등을 경청하며 거부권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 권한대행이 상황을 살피며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현재 거부권 행사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31일 최 권한대행은 내란 특검법에 대해 첫 번째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특검 후보 추천권의 야당 독식 △과도한 수사 인력 및 수사 기간을 사유로 제시해 수정된 특검법에서 이런 문제점들은 상당수 해소됐다. 이번 특검법에서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대법원장이 행사하도록 했고 수사 대상도 외환 혐의,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삭제해 기존 11개에서 6개로 줄였다.
하지만 이번 역시 최 권한대행이 강조하는 여야의 합의가 부재한 데다 위법성을 내포한 조항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 나온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내란 특검법을 거부하면서 ‘군사·공무·업무상 비밀을 이유로 압수수색 등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 특례 조항에 대해 “국방·외교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 또한 높다”고 비판했는데 이번 특검법에서 이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특히 검찰이 이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점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동일 사건·인물에 대한 이중 기소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 달 후반께 특검이 출범해도 사실상 ‘공소 유지’ 이외 별다른 역할을 할게 없다며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특검 무용론’을 띄우며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 강행 처리로 통과했기 때문에 최 권한대행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 구속 기소’라는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어 특검이 필요치 않다”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고 우리 당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거부권이 현실화될 경우 야권에서는 ‘최상목 탄핵론’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 권한대행이 한 달 새 거부권을 쓴 법안은 총 7개로 늘어나게 되면서 리더십에도 상당한 부담 요소가 쌓이게 됐다. 국정 정상화를 위해 야당과 협치가 절실한 정국이지만 거의 매주 국무회의가 열리는 날마다 야당과 얼굴을 붉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최상목 탄핵소추’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여론 역풍에 직면한 경험이 있는 데다 가까스로 안정을 찾은 대외 신인도와 금융 시장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다분하기에 그렇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가장 논란이 됐던 특검 추천 방식은 물론 수사 범위까지 여당 법안을 사실상 그대로 반영했다”면서 “그럼에도 거부한다면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며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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