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부터 스타트업까지 뛰어든 자율주행은 크게 개인을 대상으로 한 B2C 시장과 기업 간 거래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기반의 B2B 시장으로 나뉘어 발전하고 있으며, 각 영역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B2C 자율주행 분야, “로보택시·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성큼”
B2C 자율주행 시장은 개인 차량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미 레벨 2 수준의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차선 유지와 자동 긴급 제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은 국내외 완성차 모델에 속속 적용되고 있다. 테슬라, 웨이모 등 주요 글로벌 업체들은 레벨 3~4 단계로의 기술 업그레이드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완전 자율주행(FSD)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다. 테슬라는 FSD 소프트웨어를 통해 도시 주행까지 포괄하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웨이모는 로보택시 운행 지역을 확장하며 실증 테스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적 규제와 안전성 검증이라는 난관이 남아 있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면 개인 차량의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이자,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곳으로 꼽히며, 자율주행 분야 역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 흐름 속에서 '주차를 스스로 해주는가’는 소비자가 차량을 선택할 때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 자율주행 시장에서 ‘주차 자동화(Auto Parking)’가 있는지 여부가 해당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준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B2B 자율주행 분야,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 16.4조 원 시장 주도”
B2B 자율주행 시장은 ‘효율성 극대화’와 ‘비용 절감’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내세운다. 공장이나 물류 창고, 주차장 등에 인프라를 설치해 차량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실현하고 있다. 이는 비·눈 등 악천후 환경에서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 제조 현장의 생산성을 높인다.
산업용 자율주행 분야 리딩 기업인 서울로보틱스가 EY컨설팅에 의뢰해 조사하고, IR자료를 통해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2030년 인프라 기반의 B2B 자율주행 분야 시장 규모는 약 16.4조 원(112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25년 현재 인프라 기반의 B2B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사례로는 ‘완성차 탁송 과정 자동화’가 꼽힌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공장에서 생산한 직후, ‘탁송’이라는 배송 과정을 거친다. 조립이 완료된 자동차는 공장 내 주차장에서 집결한 뒤, 수출용은 항만을 거쳐 배에 실리고, 내수용은 운반용 차에 실려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때 생산라인에서 주차장으로, 주차장에서 배와 차로 이동할 때 자율주행 기술이 사용된다.
원래 해당 과정에서는 기사가 직접 차에 탑승, 일일이 운전해서 차량을 옮기지만, 인프라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면 기사가 차를 운전할 필요가 없다.
개별 자동차의 센서에 의존하지 않고 건물이나 가로등 같은 시설 주변의 인프라에 배치된 센서들이 차량 위치와 장애물을 감지하며, 주행 계획 소프트웨어는 무선 통신을 통해 운전자가 없는 차량에 주행 명령을 전송한다. 해당 차량은 조립 구역에서 물류 구역까지 스스로 이동한 후 운송을 위해 대기한다. 특히, 고정 모니터링 센서를 통해 실제 환경을 디지털 트윈(가상 모형)으로 완벽히 구현하며, 객체 분류 및 차량 위치 파악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날씨 필터링 AI를 탑재해, 폭설·폭우 같은 혹독한 기상 조건에서도 문제없이 정확히 이동한다.
관련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탁송’이 1번 이뤄질 때마다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계약을 맺는다. EY컨설팅은 이 시장이 2030년 약 4조 3천억원(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건당 배송 서비스 가격이 약 1만 4천 원(10달러) 수준으로, 기존 운전자 인건비(약 7만 2천 원, 50달러) 대비 약 8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車 제조 공정에도 자율주행 투입... 생산성·정확도 동시 향상
자동차 제조 공정은 '적시(Just-In-Time)' 부품 공급과 정교한 차량 이동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무인운반차(AGV)가 주로 활용되었으나, 높은 변동비와 유연성 부족 등의 한계가 있었다. 자동차 제조 공정 내 자동 유도 서비스'는 자율주행 기술을 제조 공정에 접목하여 생산 차량의 이동을 최적화하는 솔루션이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생산 차량 1대당 서비스 비용은 약 1만 4천 원(10달러)으로, 기존 AGV 변동비(약 8만 2천 원, 57달러) 대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의 2030년 시장 규모는 약 4,070억 원(280만 달러)으로 EY컨설팅은 자율주행 기반 공정 자동화는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생산 라인의 유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감소시키는 등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예상했다.
자율주행이라는 거대한 기회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선제적 법·제도 정비,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 4대 전략 추진이 시급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과감한 투자와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기업은 창의적인 서비스 모델 발굴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기술관리이사회(TMB)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문영준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자율주행 서비스는 '모빌리티 혁명'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재편할 거대한 흐름"이라며, "산·학·연·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신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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