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발생한 화재로 승객이 임의로 문을 열고 탈출한 데 대해 전문가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비상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이 직접 비상구를 열고 슬라이드를 펴서 탈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빠른 판단으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 영웅 대접을 받기도 했지만 임의로 행동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승객이 기장이나 객실 승무원 지시 없이 임의로 문을 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스스로 문을 여는 행동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승객 입장에서는 외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에 탈출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절대로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승객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지만 조종석에서는 관제사와 교신하면서 탈출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이 절차는 빠르면 2분, 길면 5분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승객이 임의로 비상구를 열어 슬라이드를 폈을 때 땅으로 떨어지거나 슬라이드 바로 옆 엔진으로 빨려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슬라이드는 웬만한 바람에도 밀리는 가벼운 고무튜브"라며 "엔진이 걸린 상태에서 바람을 정풍으로 맞으면 사람이 떨어지거나 엔진 쪽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엔진 쪽으로 들어가면 마치 조류 충돌을 일으킨 것 같은 상황이 되는데 엔진 뒤쪽으로 불꽃이 나와서 뒤쪽 슬라이드로 내리는 사람에게 화상을 입힐 수 있다"고 했다.
승객이 임의로 탈출하는 동안 승무원이 무엇을 했느냐는 의문과 관련, 그는 "기장의 탈출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자리를 뜰 수 없었을 것"이라며 "탈출 지시가 있으면 문을 열고 슬라이드를 편 뒤 완전히 펴진 것을 확인하는 등 이런 식으로 30초 이상 시간이 걸리게 돼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항공기 사고 골든타임과 관련, "항공기 운항 인증을 위해 90초룰이라는 것이 있어 이를 골든타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정확히 골든타임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고에서 1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건 일반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기 승무원들을 상대로 비상 사고 매뉴얼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