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내란 특검법’에 대해 거듭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재표결 문턱을 넘으려면 여당에서 8명 이상이 특검법에 찬성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 대해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하면서도 역풍을 우려한 듯 탄핵까지는 일단 자제하는 모습이다.
최 권한대행은 31일 내란특검법을 거부한 이유로 위헌성과 국가 기밀 유출 가능성 등을 꼽았다. 야당이 제3자 추천 방식을 포함하고 특검 수사 대상을 축소하는 등 정부·여당의 요구 사항을 일부 반영했지만 여전히 수사 대상을 무한대로 넓힐 수 있는 근거가 있어 위헌적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군사기밀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내란 특검법 조항도 “위치와 장소에 관한 국가 비밀은 한번 유출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최 권한대행은 지적했다. “수사와 무관한 자료는 즉시 폐기한다”는 법원행정처 중재안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 달 동안 내란특검법만 2번, 모두 7번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내란 종식에 기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끝내 걷어찼다”며 “내란 동조자 최상목을 탄핵하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그간 역풍을 의식해 최 권한대행 탄핵에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야 지지율이 역전되는 등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 수십 차례의 검사·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으로 정치적 부담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다만 당 일각에서 최 권한대행의 책임을 요구하며 탄핵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민주당은 우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이나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등 향후 최 권한대행의 행보에 따라 탄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판단이다.
내란특검법은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 절차를 거친다. 재의결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국회의원 3분의 2인 200명이 동의해야 한다. 여당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탈표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 2차 내란특검법 표결 당시 여당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던 안철수 의원은 ‘특검법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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