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실용주의를 내걸고 연일 “성장과 민생”을 외치고 있다. 이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효율적인 민생 지원 정책이 나오면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해도 상관이 없으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는 데 대해 여권이 반대하자 이같이 대응했다. 이 대표는 당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직 사퇴 의사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간판 브랜드이지만 포퓰리즘 논란이 큰 ‘기본사회’를 정책 후순위로 두겠다는 것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데도 민주당과 자신의 지지율이 정체되자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를 연상케 하는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피크 코리아’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에서 거대 야당 대표가 규제 혁파 등 친기업 정책을 앞세운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당 대표 출마 때도 “성장 회복과 지속 성장이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후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국회증언감정법, 양곡관리법 등 반기업·반시장 법안들을 밀어붙였다. 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데도 여전히 ‘탈(脫)원전’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말 따로, 행동 따로여서 믿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수권 역량을 보이려면 ‘성장·민생 우선’을 말이 아닌 입법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2월 임시국회에서는 정쟁을 멈추고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과 전력망확충특별법·고준위방폐장법 통과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여야가 지난해 11월 합의한 AI·미래형 운송 수단에 대한 세제 지원 등 44개 세법 개정안도 처리해야 한다. 나아가 국회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법인세·상속세 정비와 노동·연금 등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신성장 동력을 점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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