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생 스타트업이 만든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R1’의 충격파가 커지면서 이 기업의 창업자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설립 3년 차이고 임직원이 139명에 불과한 기업이 내놓은 AI 모델 R1은 적은 투자 비용으로도 미국 오픈AI의 최신 모델보다 뛰어난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딥시크 쇼크를 만들어낸 창업자는 1985년생으로 괴짜 천재인 량원펑(梁文鋒)이다. 중국 토종 공학도인 량 최고경영자(CEO)는 AI 투자 운용사를 설립해 성공을 거둔 뒤 사내에 연구소를 설립해 생성형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중국 내 젊은 공학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한편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를 앞두고선 엔비디아 칩(A100) 1만~5만 개를 사들이기도 했다. 그는 2023년 사내 연구소를 법인으로 독립시킨 뒤 ‘인간 수준의 범용 AI를 개발하겠다’는 포부가 허언이 아님을 2년 만에 입증했다.
딥시크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오픈AI의 데이터 무단 도용 의혹이 제기됐고, 개발 비용도 초기 투자액을 제외해 축소 계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약한 보안 문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기술력으로 미국의 고사양 반도체 수출 통제와 빅테크의 아성을 돌파한 성과는 부인할 수 없다. 딥시크의 도전 정신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미국의 AI 주도권을 흔들고 있다. 량 CEO는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이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중국이 영원히 AI 분야의 추종자로 남을 수는 없다”며 “중국은 무임승차를 하지 말고 기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려면 파괴적 혁신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절실하다. 세금 혜택과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에 중국의 AI 굴기가 가능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첨단 기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기초 연구 및 산학 협력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첨단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 정책으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창의적 인재들이 기업가 정신을 펼치며 마음껏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딥시크와 같은 혁신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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