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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언어정담] 찬반으로 갈린 세상에서 중심 잡기

작가

역사는 결국 민주주의 향해 전진

혼돈의 시대, 공감의 리더십 절실

분노 가슴에 묻고 희망찾아 나서야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둘로 갈린 세상의 혼란에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정치에 대해 함구하던 사람까지도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질문공세를 퍼부으니 더욱 사람 만나는 일이 두려워진다. 이 사회는 돌이킬 수 없이 두 쪽으로 나뉘어져 영원히 화해 불가능한 갈림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역사는 결국 민주주의와 정의의 승리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뛰어난 지도자는 기득권을 늘리는 데 힘을 쏟지 않고 천차만별의 차이를 지닌 국민들이 저마다 개성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거대한 자율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한다.

우리는 세상이 시끄러울 때 마음의 등불이 될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메리앤 버드 주교의 연설은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대화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정치적 입장과 종교적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가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가져야 할 선의에 호소한다. 그녀는 승리감에 도취돼 있는 트럼프에게 지도자로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자비(mercy)’였다. 그녀는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녀는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 즉 우리가 먹을 농작물을 수확하는 사람들, 청소하는 사람들, 양계장과 육류포장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식당에서 음식을 서빙하고 설거지를 하는 사람들, 병원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들을 부디 돌아봐줄 것을 부탁했다. 버드 주교의 연설을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곳에서, 저렇게 커다란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은 무얼까. 그것은 평범한 이들의 삶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하고,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리더의 감수성이 아닐까. 권력과 자본의 편만을 드는 지도자는 결코 뛰어난 통치자가 될 수 없다. 고통받는 사람들, 최소한의 의식주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온갖 트라우마와 슬픔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뿌리가 아닐까.



안토니오 그람시는 말했다. “나는 지성 때문에 비관주의자이지만, 의지 때문에 낙관주의자다.” 나는 그토록 뛰어난 사상가 그람시를 비관주의자로 만드는 지성도, 낙관주의자로 만드는 의지도 사랑한다. 지성을 가지고 사회를 관찰하다 보면 끊임없이 좌절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갈 의무가 우리에게 있기에. 어떤 순간에도 폭력의 힘을 빌어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하는 지도자는 결국 패배할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니라 공감의 리더십, 경청의 리더십을 지닌 열린 마음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우리는 분노를 가슴에 묻은 채, 필사적으로 희망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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