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내란특검법 수정안에 대해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여전히 내용적으로 위헌적 요소가 있고 국가기밀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새 수사기관을 만들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절차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특검법안에 담았던 수사 대상 가운데 논란을 샀던 외환죄 혐의를 뺐다. 또 수사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특검 후보를 제3자인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했다. 그러나 수정안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여전히 특검 대상에 포함해 수사 범위를 모호하게 넓혀놓음으로써 명확성 원칙을 흔들 수 있다. 언론 브리핑을 통해 피의사실 등 수사 내용 흘리기를 차단하기 위한 뚜렷한 대책도 없다.
민주당은 거부권을 행사한 최 대행에 대해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조사에 불응해온 만큼 특검으로 보완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1월 26일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해 재판으로 넘긴 상황에서 뒤늦게 특검을 구성해도 진실 규명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특검 무용론’이 일고 있다. 불필요하게 약 112억 원(특검 비용추계서 기준)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쏟아붓고 검사·수사관 수십 명의 인력 낭비만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이 내란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면 위헌·불공정 논란 조항들을 손질해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 특검이 정부·여당과 군에 대한 무차별적 사정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모호한 수사 범위를 명확하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군과 국가정보원, 대통령비서실·경호처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조문도 국가기밀 유출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손질돼야 한다. 특검의 언론 브리핑이 조기 대선을 노리는 정치 세력의 선전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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