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다가 결국 비행기 취소했어요”
지난해 연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 불과 한 달 만에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와 미국 워싱턴 D.C. 근교의 소형 여객기 충돌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 달 새 중소형 항공기 항공 사고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터지자 시민들 사이에서 '항공 포비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15분쯤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홍콩 출발 예정이었던 에어부산 BX391편에 화재가 발생했다.
항공기 탑승객 176명(승객 169명·승무원 6명·탑승 정비사 1명)은 비상 슬라이더를 통해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경상자 3명이 나왔지만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화재는 약 1시간 뒤인 같은 날 밤 11시30분 완전히 진압됐지만 비행기는 반소됐다.
동시에 미국에선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께 미국 수도 워싱턴 D.C. 근교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포토맥 강에서 소형 국내선 여객기가 군용 헬기와 공중에서 충돌한 뒤 포토맥강으로 추락해 다수의 시신이 수습됐다. 비행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항공 사고가 재차 발생하면서 항공 안전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공교롭게 LCC(저비용 항공사)인 제주항공, 에어부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LCC에 대한 불신, 불안감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티웨이항공에서 일어난 연이은 지연 사고와 기체 바꿔치기 논란까지 더해져 ‘LCC 포비아’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LCC들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고에 대한 철저한 수습은 물론이고, 항공 안전과 관련한 규정 강화, 정비 인력의 확충 등의 실질적인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지난 23일 국토교통부 주재로 국내 LCC 9개사 대표들이 참석한 ‘LCC 항공안전 특별점검 회의’에서 LCC 안전관리 체계 개선과 신뢰회복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중에 해당 내용이 언급됐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LCC가 수익 추구에만 급급하고 근본적인 안전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국민의 외면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LCC 업계는 항공기 가동률을 낮춰 정비 시간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정비사와 정비 설비를 확충하겠다는 계획 등을 제시했다.
또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원인이 보조배터리라는 추정이 나오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현재 항공 보안 365 포털 ‘기내 반입금지 물품 검색’에서는 보조배터리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내에 반입한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를 승객이 직접 관리해야 하고, 선반에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실제 항공기 기내 방송에선 라이터와 보조 배터리의 경우 몸에 휴대하라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기내방송 내용을 주의 깊게 듣는 사람이 적은 실정이다.
또한 이를 지키지 않는데 따르는 법률상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있는 보조배터리의 경우 기내 반입이나 관리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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