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1996~2024)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세상을 등졌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된 가운데, 오요안나씨의 유족이 고인의 선배 기상캐스터들이 나눈 메시지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지난달 31일 JTBC ‘사건반장’에는 오요안나씨 유족 측이 공개한 선배들의 단톡방 내용이 담겼다. 해당 단톡방에는 고인과 고인의 동기를 제외하고 선배 기상캐스터들과 스태프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르면 가해자는 당초 지목됐던 2명보다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 측은 오요안나씨가 예능 프로그램 MBC ‘유퀴즈’에 출연한 후 괴롭힘이 시작됐다고도 주장했다.
공개된 단톡방 메시지를 보면 한 기상캐스터가 “(오요안나) 완전 미친X이다. 단톡방 나가자. 몸에서 냄새 난다. XX도 마찬가지”라며 “또 X가 상대해줬더니 대들어. 연진(드라마 ‘더글로리’ 속 인물) 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피해자 코스프레 겁나 해. 우리가 피해자”라고 험담했다. 이밖에도 “걔들을 우리 후배라고 취급하지 말자”, “이 미친X 아침 방송 하는데 술 냄새 난다”, “쌍으로 미쳤다”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유족에 따르면 오요안나씨는 사망하기 이전에도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고인은 지난해 9월 사망하기 이전 가족에게 "직장 생활이 힘들다", "등뼈가 부러질 것처럼 아프고, 창자가 끊어질 것처럼 괴롭다", "차라리 편안해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MBC에 입사한 오요안나씨는 지난해 9월 유명을 달리했다. 세상을 떠난 뒤 약 3개월 후인 지난 27일 오씨의 유서가 매일신문을 통해 보도되고, 유족이 서울중앙지법에 MBC 직원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인이 생전에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고인의 휴대폰에 담긴 유서에는 기상캐스터 2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지난달 31일 고인의 사망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위에는 법률가 등 복수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며, 사내 인사 고충 조직의 부서장이 함께한다. 본격적인 조사는 내주 초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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