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가 포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백악관이 위치한 수도 워싱턴DC의 고급 주택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 시간)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이 상원의 인준을 받은 지 며칠 만에 워싱턴DC 조지타운의 한 주택을 1250만 달러(약 182억 원)에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지명자 역시 앞서 워싱턴DC 북서부 폭스홀 지역의 저택을 2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신설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워싱턴DC의 호텔을 통째로 사들이는 방안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은 인사들이 백악관 근처에 새 거처를 마련하자 이들과 접촉하기 위해 인근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까지 급증하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 가운데 재산이 10억 달러가 넘는 이들은 최소 13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사들인 고급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트럼프 버블’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업체 TTR소더비인터내셔널리얼티의 짐 벨 부사장은 “워싱턴DC에 부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면서 대응이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워싱턴DC가 주요 활동 무대가 아니었던 기업인들도 속속 모여들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개선에 나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는 워싱턴DC에서 구입할 부동산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리콘밸리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백악관 인공지능(AI) 및 가상자산 고문에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는 1000만 달러에 워싱턴DC 소재 주택을 사들였다. 트럼프 일가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트럼프 차남인 에릭 트럼프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BDT&MSD파트너스는 최근 힐튼과 접촉해 백악관 인근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재매입하기 위한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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