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독성 단백질을 제어할 수 있는 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가족력 등 유전적 변이 없이 노화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산발성 알츠하이머 치매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3일 안지인(사진) 성균관 의대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과정에서 이와 관련 있는 단백질인 독성 아밀로이드 베타와 신경세포 생존·분화에 관여하는 단백질 EBP1의 변화에 따른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실제 환자와 치매 유사도가 높은 모델도 제시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세포에 독성을 유발하고 신경세포 기능과 생존에 손상을 주는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EBP1이 뇌 신경세포에서 발현되도록 유지하는 일이 기억 능력을 향상하고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등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줄인다는 효과를 입증했다. EBP1가 노화 및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양이 현저하게 적다는데 착안한 것으로 EBP1 유전자를 제거한 쥐를 동물모델로 제시했다.
연구 결과 EBP1 유전자가 없는 쥐에서 뇌 위축, 인지기능 저하 같이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유전자를 제거했던 쥐에 EBP1가 신경세포에서 더 많이 생성되도록 기능을 복원하자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물은 감소하고 학습·기억능력은 향상되는 효과를 보였다.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5500만 명으로 최근 국내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가 승인돼 실제 치료에 쓰이고 있다. 다만 뇌 속에서 신경세포를 죽이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생성을 제어하는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안 교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새로운 치료물질 개발에 EBP1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속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전략으로 독성 단백질을 제거할 기전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에 8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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