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클론 출신 가수 구준엽의 아내로 알려진 대만의 유명 배우 서희원(영어명 바비 쉬)이 향년 48세의 나이로 숨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인은 독감으로 인한 급성 폐렴이다. 폐렴은 감기와 비슷해 대수롭게 여기기 쉽지만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다. 올 겨울은 역대급 독감 유행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어, 독감 합병증으로 인한 2차 폐렴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폐렴 예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 우리 주변에 흔한 ‘폐렴구균’…면역력 약해지면 침투해 폐렴 일으켜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마이코플라스마, 곰팡이 등에 의해 기관지 및 폐에 발생하는 염증성 호흡기 질환이다. 세균성 폐렴의 주원인인 폐렴구균은 우리 주위에 흔히 존재하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인체로 침투한다. 최 교수는 “요즘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데,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은 합병증으로 2차 폐렴이 발생하기 쉽다"며 "폐렴이 발생하면 인플루엔자만 있을 때보다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도 급격히 올라가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 20년새 주요 사망 원인 10위→3위 껑충
폐렴에 걸리면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폐렴 사망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33년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 6710명에 달한다. 2017년 1만 9378명과 비교하면 5년새 37%나 늘었다. 폐렴으로 인한 사망 부담도 나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2023년 폐렴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57.5명으로 암, 심장질환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2005년 사망 원인 10위에서 약 20년 만에 3위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한데 ‘합병증’ 생기면 치명적
폐렴의 초기 증상은 발열, 오한, 기침, 가래 등으로 감기와 매우 비슷하다. 흔히 겪는 증상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나머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폐렴이 진행되면서 패혈증, 호흡곤란, 쇼크 등이 발생할 수 있고, 폐의 부분적인 합병증으로 기류, 기흉, 폐농양 등이 동반되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일주일 이상 고열이 지속되고 가슴이 찢어질 듯한 심한 기침, 누런 가래가 나타난다면 폐렴을 의심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노인의 경우 이런 증상 없이 폐렴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 없이 기운이 없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자꾸 졸린다면 혹시 폐렴이 아닐지 의심해 봐야 한다.
◇ 빠른 항생제 치료가 우선…면역력 낮은 노인·어린이에 특히 치명적
일반적으로 폐렴은 흉부 엑스레이(X선) 촬영으로 진단한다. 염증 모양이나 범위, 합병증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할 수 있다. 폐렴을 일으킨 원인균을 찾기 위해 객담 배양검사와 혈액 및 소변에서 혈청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원인균에 따른 항생제의 선택이 중요한데, 원인균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원인균 배양검사를 하더라도 균이 확인되기까지는 최소 3일 이상이 걸리다 보니 폐렴이 의심되면 우선적으로 경험적 항생제 요법을 시작한다. 항생제 외에도 수분 공급, 충분한 칼로리와 영양 보충이 필요하다. 열이 40℃ 이상으로 오르는 경우 해열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건강한 성인은 항생제를 투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1~2주 안에 증상이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나 고령자, 당뇨병·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면 폐렴이 쉽게 낫지 않을 뿐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 65세 이상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 23% 그쳐…최고의 예방법은 백신
폐렴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접종이다.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중 65세 이상 노인은 94%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5세 이상 고령층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은 23%에 불과하다.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면 만성질환자는 65~84%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미접종자와 비교해 치사율 또는 중환자실 입원율이 40% 가까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최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은 1회 접종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난다”며 “백신으로 폐렴을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주므로 65세 이상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라면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폐렴구균백신은 접종기간이 따로 있지 않다. 최 교수는 "최근 통계에 따르면 50세 이후부터 폐렴 유병률이 늘고 있다"며 "50세가 넘으면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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