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이달 20일 시작된다. 검찰이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지 25일 만이다.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재판에 선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20일로 지정했다. 이는 정식 심리에 앞서 재판의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다만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의무는 없어 실제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검찰은 윤 대통령 공소장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 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적용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 등이 없는데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불법 계엄 포고령 발령 △계엄군·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등을 했다는 게 혐의 요지다.
계엄 포고문에는 정치 활동 금지, 언론 통제 등이 담겨 있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해 대통령 집무실에 있었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시를 받은 이 전 장관은 포고령 발령 직후인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 조치 상황을 확인했다. 이 전 장관은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MBC, 경향신문 등 언론사 4곳과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체포 요건이 되지 않는 주요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혐의도 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79일 만에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서지만 여전히 검찰이 넘을 산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찰은 구속 기한 연장에 실패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최고 정점으로 꼽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강제 구인은 물론 현장·서면 조사조차 시도하지 못하면서 검찰은 핵심 피의자에 대한 조서 없이 공소 유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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