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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합법적 이민자 벌주는 트럼프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이민경로 막고 난민제도 전면 중단

불법입국 한층 더 조장 부작용만

이민자 향한 혐오·비방 안 멈출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 단속을 공언했고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세금 인상, 자녀 추방, 미국 입국 차단 등의 으름장을 놓아가며 합법적 이민자를 벌주는 데 집착하고 있다.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외국인 혐오라는 비난에 대해 본질적으로 이민자들에게 반감은 전혀 없다고 반박한다. 이민자들이 차례를 기다려 올바른 방식으로 미국에 들어오기를 원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지난가을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마크 시센에게 “앞으로도 이민자들은 이 나라에 들어올 것이지만 반드시 합법적으로 입국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어쨌거나 우리는 인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의 기록에 따르면 그의 말과 행동은 일치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1차 집권기에 불법 이민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합법 이민은 대폭 감소했다. 한때 그는 연간 기준 합법 이민을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축소했다.

트럼프는 지금 이 부분에서의 기록 갱신을 시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그는 이번 주에도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외국인에게 세금을 두 배로 부과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런 움직임은 무역에 관한 더욱 광범위한 행정명령에 포함됐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다. 이번에 트럼프가 소환한 법률은 1934년 제정된 후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트럼프는 예컨대 미국 내 중국 국적자들을 상대로 벌이는 무역전쟁의 일부분으로 이 같은 권한을 행사할 태세를 갖춘 듯 보인다. 일부에서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글로벌 최저세에 합의한 유럽연합(EU) 및 기타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에게도 트럼프 행정부가 차별적 세금을 부과할 것으로 추측했다. 분명히 말해 글로벌 최저세 협약은 미국에 의해 중개됐다. 최소한 며칠 전 트럼프가 탈퇴 선언을 하기 전까지 미국이 주도한 협약이었다. 트럼프가 무모하게 행정명령권을 휘두른다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영국·일본 혹은 캐나다 국적자나 이들 국가 출신의 미국인 복수국적자 모두에게 무작위로 미국인 근로자의 두 배에 해당하는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에서 태어난 경우 누구에게나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연방헌법 14차 수정조항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뒤집으려는 시도까지 나왔다. 최근 한 연방 판사는 해당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올 수 있는 여러 다양한 경로를 제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난민들은 미국 입국이 허용될 때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들이 출신국에서 당한 박해 이력을 수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야 하고 여러 겹의 추가 보안 및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절차는 트럼프가 적극 옹호하는 ‘극단적 신원 조회’의 모델이 될 것이다.

최근 트럼프는 난민 제도를 전면 중단하고 이미 허가를 받고 이곳으로 들어올 예정인 난민들의 입국 승인을 취소했다. 이로 인해 발이 묶인 사람들 중에는 미군을 도왔던 1700명의 아프가니스탄인과 현역 미군의 주둔국 현지 가족도 포함돼 있다.

한편 트럼프는 지정된 입국항을 통해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오기 위해 멕시코에서 수개월 동안 대기 중인 난민 신청자들의 인터뷰를 전격 취소했다. 마찬가지로 그는 정해진 검사 절차를 통과하고 미국인 재정보증인을 확보한 후 사전 허가를 받은 특정 국가 시민들이 이곳에서 이민 신청을 하도록 허용한 조 바이든 시대의 관련 프로그램을 종료시켰다. 바이든의 프로그램은 적격 국가 시민들의 불법 국경 통과를 크게 줄인 바 있다.

이처럼 합법적이고 질서 있는 미국 이민 경로 폐쇄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우리의 법을 충실하게 따랐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불법 이민을 한층 더 조장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전쟁과 박해를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새로운 경로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트럼프에 의해 갱 조직원이나 애완동물을 잡아먹는 자 등으로 거짓 묘사된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괴로움을 당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처럼 외국인 혐오성 비방은 계속해서 되풀이될 것이다. 트럼프의 대리인들이 대통령의 비인간성을 두둔하고 인종 혐오자라는 비난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트럼프가 단지 법과 질서를 구축하라는 ‘대임’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에 또 그런 말을 듣는다면 트럼프가 법을 준수한 외국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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