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면서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당 체제에 균열이 일어났다. 유럽 전역에 번지고 있는 반(反)이민 정서로 주요 국가 곳곳에서 극우 세력이 힘을 얻어가는 추세에 영국도 합류하는 모습이다.
3일(현지 시간) 더타임스와 스카이뉴스가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1~2일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영국개혁당의 지지율이 25%로 나타나 집권 노동당(24%), 제1야당인 보수당(21%)을 웃돌았다. 정치 지도자 호감도 조사에서도 나이젤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 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 총리,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유고브의 지난달 중순 조사에서도 영국개혁당의 지지율이 25%로 나타나 노동당(26%)을 바짝 추격한 바 있다.
영국개혁당의 약진은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주목할 만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영국개혁당은 최근 영국을 휩쓸고 있는 반이민 정서에 힘입어 기세를 올리고 있던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지지를 받으며 크게 약진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총선 당시만 해도 영국개혁당의 득표율은 14.3%에 그쳐 노동당 33.7%, 보수당 23.7%에 크게 못 미쳤다. 하원 650석 중 6석을 차지한 원내 6당이 약 6개월 만에 노동당·보수당으로 구성된 영국의 양당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더타임스는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국개혁당이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선거 캠페인에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당과 보수당으로서는 경고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지난해 총선에서 보수당을 누르고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던 집권 노동당은 경기 침체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빚으로 공공 지출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이 역풍을 맞으며 지지율이 급락하는 모습이다. 호감도에서 비호감도를 뺀 ‘순호감도’ 지표에서 스타머 총리는 -36%포인트를 기록해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27%포인트)는 물론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29%)보다도 크게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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