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세상을 등진 고(故)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건과 관련,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MBC 측의 소극적인 대처를 언급하며 관련 현안 보도를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3일 전파를 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정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진행자인 김종배 시사평론가에게 “제가 하나 여쭤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앵커님도 프리랜서시냐. MBC 프리랜서 사고가 났던데, MBC에서는 제대로 보도하거나 조사하지 않냐”며 “MBC에서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실 텐데”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문제가 있었으면 MBC 같은 방송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고 반성하고 사과할 점이 있으면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다른 매체에서는 다 보도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MBC에서는 어떻게 그걸 안 하나. 제가 궁금해서 앵커님 의견을 여쭤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평론가는 “저도 프리랜서”라고 밝힌 뒤 “관찰자 시점에서 말씀드리면 MBC에서 내놔야 하는 것은 지금 보도가 아니라 입장 아니겠느냐”며 “입장을 내놓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상조사가 선행이 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유 전 의원은 “진상조사 전에 입장 나온 건 아시냐”며 “입장에 ‘유족이 요청하면 진상조사 할 수 있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이걸 ‘MBC를 흔들기 위한 준동’이라는 식으로 표현해서 깜짝 놀라 비판했다”고 MBC가 최초로 낸 입장문의 문구들을 지적했다. 이어 “MBC가 유족,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제대로 조사했으면 좋겠다. 아무도 이야기를 제대로 안 해서 불편한 이야기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판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두고 MBC가 문제를 제기하는 측을 향해 ‘정치적 음모’로 몰아가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하기 힘들다”며 “MBC가 해온 보도들은 ‘흔들기’와 ‘준동’이 아니고, MBC에 가하는 비판은 ‘흔들기’와 ‘준동’이라는 이중잣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느냐”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MBC의 수많은 보도들은 다 무엇이었느냐”며 “이러고도 MBC 스스로 진실을 보도하는 방송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더도 말고 MBC 방송에서 준엄하게 들이대던 ‘직장 내 괴롭힘’ 잣대를 스스로에게 대보라”고 일갈했다.
고 오요안나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이후 약 3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고 유족이 서울중앙지법에 MBC 직원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MBC는 입장문을 내고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 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MBC는 고인의 사망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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