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해외 원조 지출을 90일간 중단시킴에 따라 전 세계 민주주의 활동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해외 원조 프로그램이 미국의 외교 정책에 부합하는지 평가해야 한다"며 해외 원조 중단을 단행함에 따라 권위주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단체들의 자금줄이 끊겼다. 개발도상국과 빈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보편적 인권을 옹호하면서 쌓아 올렸던 미국의 '소프트파워' 외교가 무너지는 모습이다.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 단체에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부정투표를 적발하기 위해 투표 관리자를 훈련한 단체, 쿠바와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 단체들, 벨라루스 대선 부정선거 방지 캠페인에 참여한 벨라루스 망명자 그룹 등이 포함됐다.
미 의회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꼽히는 벨라루스, 중국, 쿠바, 이란, 니카라과, 북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8개국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응하는 민주화 프로그램에 올해 최소 6억9천만달러(약 1조64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둔 상태였다.
민주주의 증진에 투입되는 자금 대부분은 미 정부의 해외 원조 전담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전달되는데, USAID는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후 '청산 대상'으로 지목됐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은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으면서 USAID는 국무부 산하 조직으로 격하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 세계의 '스트롱맨'(권위주의 통치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반기면서 반대자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부정선거 논란에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3선을 확정 지은 베네수엘라는 USAID가 야당에 제공한 지원은 '부패의 블랙박스'라며 조사 방침을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야당에 졌다는 증거를 공개해 온 베네수엘라 선거감시단은 자금 부족에 마두로 반대운동을 조직해 온 핵심 인사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에 맞서 싸우는 민주주의 운동가들도 위기에 처했다.
티베트와 홍콩, 위구르족 소수민족 문제를 다루는 단체들은 재정적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중국 정부의 표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미국은 유엔 회원국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도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미국이 유엔인권이사회를 탈퇴하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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