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지만 여야가 개혁 방안을 놓고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4일 “조속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모수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여당의 구조 개혁 병행 주장에 대해서는 “개혁을 미루려는 꼼수”라고 공격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모수 개혁 주장에 대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이미지에 분칠하려는 것”이라며 “땜질식 처방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반드시 구조 개혁을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계속 표류해왔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보험료율 9%에서 13%로 연령별 차등 인상,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국회에 넘겼지만 여야가 논의의 장도 만들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민주당은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소위 논의를 각각 주장하면서 개혁을 뒷전으로 미뤘다. 연금 개혁이 지체되면 후세대에 전가되는 재정 부족분이 하루 평균 1400억여 원, 연간 52조 원씩 불어난다.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된 후 2056년에 고갈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계엄·탄핵 사태로 혼란이 적지 않지만 이런 때일수록 여야가 합심하면 후세대들에게 물려줄 짐을 덜 수 있다.
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도 무르익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보험료율 13% 인상은 물론 15% 인상도 감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21대 국회 말에도 여야가 보험료율 13% 인상, 소득대체율 43~45% 상향으로 의견을 좁히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연금 제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제대로 수술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보험료율은 18.2%, 소득대체율은 42.3%다. 정부안대로 보험료율 13% 인상에 현행 소득대체율 42%를 유지해도 OECD 회원국들에 비하면 받는 돈은 비슷하지만 내는 돈은 훨씬 적다. 소득대체율을 현 상태에서 묶되 보험료율 15% 이상 인상,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야는 모수·구조 개혁 논쟁을 접고 ‘더 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 연금 제도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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