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강국들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시각이 갑자기 확 달라졌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박 의원은 5일 “지난달 31일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위원회에 추천서를 냈고 성공적으로 제출됐다는 e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추천 사유로 트럼프가 집권 1기 때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한반도 평화와 한미 동맹에 기여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민주당의 노벨상 추천은 트럼프의 환심을 사면서 이 대표의 반미(反美) 이미지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 대표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경우가 부쩍 잦아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와 회동 때 “한미 동맹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일본의 국방력 강화에 대해 “현재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의 과거 언급과 궤를 달리하는 발언들이다. 이 대표는 2021년 대선 후보 당시 “미군은 점령군”이라고 말한 적이 있고, 지난해 총선 때는 “왜 중국에 집적거리냐, 그냥 ‘셰셰’ 이러면 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외교안보 입장이 크게 달라진 것은 미국·일본 등과 부딪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조기 대선에서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에서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한다’는 점을 주요 탄핵 사유로 적시했다. 그러나 국내와 미일 등에서 이에 대한 비판적 의견들이 나오자 민주당은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에서 이 부분을 삭제했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협력 외교정책 등을 비판하다가 뒤늦게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 지속’ 등을 외치는 민주당의 진심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변석개식으로 선거용 언급을 할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외교안보 정책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국익과 안보가 걸린 현안에서는 여야가 이념과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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