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을 다 짓고도 분양하지 못한 ‘악성 미분양’이 2만 가구를 넘어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감소세를 보이던 미분양 물량도 5개월 만에 다시 7만 가구대로 늘어났다. 지난해 1·10 대책을 통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양도·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시행됐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1480가구로, 전월 대비 15.2%(2836가구) 증가했다. 이는 2013년 12월(2만 1751가구)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또 2만 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7월(2만 312가구)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악성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늘어난 악성 미분양의 약 80%(1만 7229가)가 지방에서 발생했다. 대구는 지난달 862가구가 증가해 2674가구로 늘어났다. 경북 악성 미분양은 866가구 늘어난 2237가구다. 제주(408가구)와 부산(194가구), 경남(192가구)도 크게 늘었다.
일반 미분양 물량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7만 713가구로 전달보다 7.7%(5027가구) 늘었다. 지난해 6월 7만 4000여 가구까지 늘어났던 미분양 물량은 7월 이후 5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다시 반등했다. 수도권이 1만 6997가구로 전달보다 17.3% 증가했고, 지방은 5만 3176가구로 5% 많아졌다.
정부는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본격 침체 국면에 들어가자 미분양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부터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대책 등이 시행했지만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4일 '경제분야 민생대책 점검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에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올해부터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시 양도·종부세를 산정할 때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하며, 국토부는 올 1분기 안에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려면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DSR 규제 완화와 CR리츠 등도 필요한 대책이지만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며 “지방 미분양 매입자에 대한 5년 양도세 한시 감면이나 공공기관이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임대로 사용했다가 건설사 사정이 나아지면 다시 되파는 방안 등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 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 1~12월 42만 8244가구로, 전년 대비 0.1%(500가구) 줄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2018~2022년 5년 평균치인 51만 3000가구에 한참 못 미친다. 공공주택 인허가 물량은 12만 9047가구로 전년보다 65.7% 늘었지만 민간은 29만 9197가구로 14.7% 줄었다.
유형별로 보면 비아파트는 3만 7321가구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지만,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39만 923가구로 3.5%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4만 2302가구로 전년 대비 24.3% 늘었다.
지난해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30만 5331가구로 전년 대비 26.1% 증가했다. 이중 공공주택 착공이 5만 5670가구로 218% 늘어 민간주택 착공 증가 폭(11.1%)을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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