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WHO에서 탈퇴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뒤따르는 모습이다.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5일(현지 시간) WHO 탈퇴를 발표하며 “아르헨티나는 국제기구가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우리 건강을 침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탈퇴가 밀레이 대통령의 지시라는 점을 명확히 했으며 “이를 통해 보건정책의 유연한 시행과 자원 가용성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2월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이전부터 WHO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2020년 출간한 저서 ‘판데노믹스’에서 유엔이 지지하는 코로나 19 봉쇄 조치를 두고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인류적 범죄”라고 서술했을 정도다. WHO 탈퇴를 선언한 5일에도 밀레이 대통령 측은 “(WHO가) 과학적 뒷받침 없이 끝없는 격리 조치를 추진해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경제 재앙 중 하나를 초래했다”고 날을 세웠다. 다른 국제기구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국제 정치만 하는 이런 초 국가적 기구의 존재를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WHO 탈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밀레이 대통령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촉발된 국제기구의 격변을 수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당선인 신분인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대 강화에 힘을 쓰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조만간 미국을 따라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도 탈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아도르니 대변인은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파리 협정을 탈퇴할 경우 남미 무역블록인 메르코수르가 최근 유럽연합(EU)과 협상을 마친 무역 협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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