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오리지널 약물 개발 성과를 공격한 ‘특허 탈취 소송’에 철퇴를 내렸다.
국산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선두인 HK이노엔을 상대로 후발 주자들이 제기한 특허소송에서 HK이노엔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HK이노엔 뿐만 아니라 LG화학(051910), 보령(003850)도 신약에 대한 특허 무효화 소송에 직면해 있어 이번 판결의 의미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기술개발의 가치를 인정해 특허권을 보호한 판결로 개발 동기도 한층 고무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HK이노엔은 HLB제약과 라이트팜텍이 제기한 케이캡의 물질 특허 2심에서 승소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특허심판원 1심에 이어 이번 특허법원 2심에서도 승소하면서 케이캡 물질 특허를 2031년까지 보호받게 됐다. 케이캡은 2018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0호 신약으로 승인된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치료제다.
HK이노엔은 케이캡에 관한 특허로 2031년까지 존속되는 물질특허와 2036년까지 존속되는 결정형 특허를 갖고 있다. 물질특허의 경우 원 존속기간이 2026년 12월 6일까지였으나 의약품 연구개발 및 허가에 소요된 기간을 인정받아 2031년 8월 25일까지 존속기간이 연장됐다.
제네릭 기업 측은 원 존속기간 만료 직후인 2026년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케이캡의 최초 허가 적응증(미란성,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을 제외한 3가지 후속 허가 적응증으로 물질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해왔다.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케이캡의 최초 허가 적응증에만 미치고 후속 허가 적응증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특허법원 판결에 따라 HK이노엔은 해당 특허를 2031년까지 보호받게 됐다.
한편 특허 존속기간이 2036년 3월 12일까지인 케이캡 결정형 특허에 대한 소송은 HK이노엔이 1심에서 패소한 후 2심이 진행 중이다. 홍콩이노엔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개발 의지를 더욱 확고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소송도 이번 판결과 동일·유사한 쟁점을 다루는 만큼 긍정적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이캡을 비롯해 국산 신약들의 연간 매출이 2000억 원에 달하면서 제네릭 기업들의 발목잡기도 거세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 용도특허 분쟁 2심에서 승소했다. 신풍제약 등 8개 제네릭 기업들이 승소한 1심 결과가 뒤집혔다. 제미글로는 특허 무효 심판 항소심에서도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LG화학이 승리해야 용도특허가 만료되는 2039년까지 제네릭 진입을 막을 가능성이 커진다.
보령도 연간 매출 1000억 원이 넘는 고혈압 신약 카나브 패밀리 중 하나인 ‘듀카브’의 제조법 특허에 대해 제네릭 기업들이 청구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6건과 무효심판 4건의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제네릭 기업들은 올해 1월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카나브에 대해서는 미등재 특허와 관련해 제네릭 기업들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특허심판원에서 패소한 후 항소한 상황이다.
업계는 원 개발사가 신약에 대한 특허를 연장하거나, 제네릭 기업들이 특허 기간을 줄이기 위해 소송을 벌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신약의 지식재산권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신약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많은 기업들은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 제네릭 생산을 택하고 있다”며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수준에 다다른 만큼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 다른 시각으로 특허법을 해석하고 운용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는 다국적 회사의 특허를 깨 국내 제약기업들의 제네릭 개발을 돕는 방향으로 특허법이 작용했다면 이제는 신약을 개발해 낸 국내 기업도 보호해줘야 한다”며 “원 개발사의 의약품 가치를 온전히 인정해주는 국제적 기준에 맞게 우리나라 특허법이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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