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1일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있는 국영 로켓 기업 유즈마시를 향해 정체불명의 미사일 1발을 쐈다. 이 신형 미사일은 최고 비행 속도 마하 11(초속 3.74㎞)을 기록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엄청나게 빠른 이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TV 방송에서 “러시아군이 최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1발을 시험 발사했다”며 “신형 미사일이 ‘오레시니크(Oreshnik)’라고 명명됐다”고 밝혔다.
오레시니크는 러시아의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종말 단계에서 탄두 6개가 낙하하는 모습이 개암나무의 꽃을 닮아 개암나무를 뜻하는 러시아어 오레시니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미사일은 최고 비행 속도 마하 20을 자랑하는 RS-26 루베즈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RS-26이 개별 기동 재진입체가 4개 실리는 것과 달리 지난해 11월 발사된 오레시니크는 미사일 동체에서 분리된 탄두가 6개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레시니크의 위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우크라이나 공습 때 폭발이 전혀 없이 지름 약 1.5m의 구덩이만 생겼다는 점에서 불발탄이었다는 해석도 있었고, 러시아군이 일부러 핵탄두와 같은 크기와 무게의 중금속을 실어 위력을 과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오레시니크를 배치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5일 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연합국가 틀 내 안보 보장 조약’을 체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벨라루스 양국 중 한쪽이 재래식무기로 위협받을 경우 러시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 조약 비준안이 이날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에 제출됐다.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맺은 군사조약에 비춰 보면 북한도 지난해 복원된 북러 군사동맹을 통해 러시아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역량을 이전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핵우산’ 등 억지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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