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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청년정치와 시대정신

성행경 여론독자부장

정치 신인, 원로 못 이기는 정당시스템 탓

30대 의원 고작 14명,'자력 입성' 드물어

당내 민주주의 확대·시민 인식변화 통해

세대·이념 갈등 풀 청년정치인 많아져야

성행경 여론독자부장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결 못지않게 부통령 후보 간 대결도 흥미로웠다. 해리스는 교사 출신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고, 트럼프는 변호사이자 벤처기업가인 J 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을 낙점했다. 월즈나 밴스 둘 다 이른바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특히 고교 졸업 후 군 생활을 거쳐 대학·로스쿨에 진학한 밴스의 인생 역정은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준다. 30대에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고 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밴스는 ‘포스트 트럼프’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벼락 출세한 까닭에 안하무인일 줄 알았지만 TV 토론에서 상대에게 보여준 정중하고 예의 바른 모습은 그가 차세대 지도자로 성장할 자질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들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밴스 같은 젊은 정치인이 권력 서열 2위의 부통령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떠올렸다. 총선 때마다 청년 몫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20~30대가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국제의원연맹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40세 미만 의원 비율은 17.5%인데 우리나라는 3.7%에 그친다. 이번 22대 국회의 경우 30대 의원은 총 14명으로 21대의 11명에 비해 3명 늘었지만 여전히 적다. 22대 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은 56.3세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위 연령이 46.1세인 점을 고려하면 열 살 이상 많다.

30대 의원 14명 중 지역구는 10명, 비례대표는 4명이다. 지역구 의원도 청년 몫으로 전략공천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역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당내 경선을 거쳐 의회에 입성한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 정당들도 청년 정치인 양성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실효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선거 때마다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정치 활동에는 풍부한 경험과 식견이 필요하지만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특히 의원들의 연령대도 넓어지고 젊어질 필요가 있다.



몇 해 전 넷플릭스에서 레이철 리어스 감독의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을 감명 깊게 시청했다. 지난해 민주당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후보의 찬조 연설자로 나서 격정적인 연설을 했던 4선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를 비롯한 신진 여성 정치인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의회 인턴과 대선 후보 캠프 활동을 거친 오카시오코르테스는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내 경선에서 10선 의원을 꺾었고 결국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그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지역사회를 밑바닥부터 훑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본인의 자질과 비전도 한몫했지만 정치 신인이 원로 정치인을 꺾을 수 있는 정당 시스템과 당내 민주주의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제도와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정치 신인에게는 여전히 높은 허들이 존재한다. 청년 정치인들이 민주적인 정당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에서 활약하는 2030세대 의원들이 더 늘어나려면 제도 개선은 물론 정치권과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얼마 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다음 달이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인 만 40세가 되는 그는 젊은이의 거리 홍대에서 연설을 통해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토니 블레어 등 40대에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외국의 정치인들을 호명하면서 정치 교체와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고 이 의원이 출마한다면 1971년 제7대 대선 이후 50여 년 만에 40대 후보가 된다. 당선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될 것이다.

국민들은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심화하는 이념·세대·젠더 갈등을 목도하고 있다. 심리적 내전 상태를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뤄내는 일이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시대정신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데 젊은 정치인들과 2030세대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때다. 아울러 당내 민주주의가 확대되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강화돼 한국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씩씩하고 지혜로운 청년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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