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반 담배는 물론 전자담배에 들어 있는 유해 성분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우리나라가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협약을 비준한 지 20년 만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담배의 유해 성분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면 흡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금연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담배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흡연 피해자들이 제기하는 관련 소송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2023년 제정된 담배유해성관리법이 올 11월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조치다. 이번 입법 예고안에 따르면 담배 제조·수입 판매업자는 2년마다 제품의 유해 성분 함유량 검사를 받고 이를 식약처에 제출해 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연초 담배는 물론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도 대상이다. 식약처는 각 업체로부터 받은 유해 성분 검사 자료를 토대로 매년 12월 말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아울러 담배 제조·수입 판매업자는 제품에 대해 법 시행 시점으로부터 3개월 안에 유해 성분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신제품은 판매 개시 이후 한 달 안에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한 번 검사를 받은 뒤에도 2년에 한 번꼴로 재검사를 받아야 하며 해당 연도의 상반기까지 검사를 맡겨야 한다. 검사 기관은 식약처장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시험 수행 능력 등을 기준으로 지정한다.
시행령은 담배 유해성 관리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도 마련하도록 했다.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는 조사·연구와 관리 정책의 방향 등을 포함하는 5년 주기 기본 계획과 1년 주기 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배에는 타르·니코틴 등 유해 성분 8종만 담뱃갑 포장지에 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담배에는 4000여 개의 화학물질과 70종이 넘는 발암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의 유해 성분이 공개되면 흡연자 감소와 금연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흡연율은 18.9% 수준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유해 성분 분석 결과를 금연 정책과도 연계해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흡연 예방, 금연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11년째 진행 중인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담배의 유해 성분이 공개되면 제조사의 구체적인 책임이 알려져 건보공단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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