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최근 결집하는 지지층을 의식해 비상계엄 사태를 비호하는 듯한 행보를 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이달 3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어 윤상현·김민전 의원 등 여당 의원 30여 명이 윤 대통령 면회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당 강명구·조지연 의원은 6일 헌법재판소를 찾아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방청했다. 여당이 강성 보수층에 기대어 ‘계엄·탄핵의 강’ 건너기를 주저하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할 수 없다.
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당시 12·3 계엄에 대해 사과하며 정치·경제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 위원장은 6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앞으로 당 쇄신에 매진하겠다면서도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정쟁거리를 던졌다. 그는 경제·민생에 힘을 쏟겠다면서도 물가 불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책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나마 “대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경제를 자유화하는 쪽에 지금은 포인트를 둬야 할 때”라며 규제 혁파를 주창한 대목이 호응을 얻을 발언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발목 잡기로 윤석열 정부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거대 야당 탓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당장 바클레이스 등 8대 주요 투자은행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기존의 1.7%에서 최근 1.6%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에 이르러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S) 우려를 키웠다. 여당은 계엄 비호의 늪에서 벗어나 ‘S의 공포’ 속에 고통을 겪는 기업과 국민들의 경제·민생 문제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긴밀한 당정협의로 물가 안정책을 내놓고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더 내는 연금 개혁’ 등을 추진하는 한편 추가경정예산을 신성장 동력 육성 및 취약계층 핀셋 지원용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요즘 야당도 선거를 의식해 ‘실용’을 내세우는데 여당이 그보다 뒤처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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