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잠수함·대수상함 작전 최강으로 꼽히며 ‘바다위 사냥꾼’으로 불리는 해군의 차기 해상작전헬기 MH-60R ‘시호크’ 2월말 한국에 인도된다.
방위사업청은 7일 “올해 2월말 해상작전헬기 MH-60R 1기를 시작으로, 연내에 총 12기를 순차적으로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라며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시호크는 약 1년의 전력화 과정을 거쳐 실전 배치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은 지난 2020년 12월 제13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총사업비 9600억 원을 들여 2025년까지 시호크 12대를 도입하는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을 결정했다. 해군 함정의 원거리 수상·수중탐지 및 공격 능력 향상을 위해 대잠수함전과 대수상함전 능력이 뛰어난 해상작전헬기를 국외 구매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총 20대를 도입하는 해상작전헬기 도입 프로젝트 가운데 2차 사업 일환으로, 1차 사업을 통해선 AW-159 ‘와일드캣’ 8대가 도입됐다. 특히 해군에서 운용 중인 낡은 해상작전헬기 ‘링스’를 중점적으로 대체하는 의미가 있다. 현재 해군은 1990년에 도입한 ‘링스’ 11대와 2000년에 도입한 ‘수퍼 링스’ 11대 등 링스 22대와 함께 2016년 도입한 AW-159 ‘와일드캣’ 8대 총 30여 대의 해상작전헬기를 운용 중이다. 링스의 경우 기령이 최대 33년에 달할 정도로 노후화돼 교체 필요성이 높다.
MH-60R 시호크는 미 육군이 사용하는 다목적 헬기 ‘UH-60’ 블랙호크를 기반으로 해상 군함에서 운용하기 위해 개조한 모델이다. 미 록히드마틴社 산하의 헬기 제조업체 ‘시콜스키’가 생산한다.
덩치는 링스보다 훨씬 크다. 길이 19.7m, 높이 5.1m, 기폭 3.3m로 최고 속도 시속 270㎞에 이른다. 최대 항속 거리도 830㎞에 달한다. 어뢰와 공대함유도탄 등을 탑재했고, 한번 이륙하면 최대 4시간 가량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MH-60R 시호크의 전력화가 끝나면 북한의 잠수함을 비롯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탐지·추적·요격 능력이 크게 증강될 것으로 기대된다.
MH-60R 시호크는 메인로터(주회전날개) 지름만 19.76m에 달한다. 자체 중량 6.895t, 최대 이륙중량은 10.4t으로 대형 항공기 수준이다. 공대함유도탄 헬파이어 미사일과 어뢰, 기관총(M60 기관총이나 M240 머신건)을 무장하고 있다. 또 소노부이와 탐색레이더, 다중모드 레이드 등 첨단 장비도 탑재했다. 대잠수함 작전은 2.7시간, 대수상함 작전은 3.3시간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물밑은 최대 500m 깊이까지 탐지할 수 있고, 최대 수색 반경 18.5㎞, 최대 유효탐지거리가 12.9㎞에 달하는 디핑 소나도 운용해 대잠전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여기에 멀티모드 레이더를 비롯해 디핑소나와 소노부이, 적외선장비(FLIR), 통합방어시스템 등의 첨단 탐지장비와 ML 46/54 어뢰, 8발의 헬파이어 대함미사일 등의 무장이 가능한 4개의 무장장착대를 갖춰 적 잠수함을 탐지·추적·공격할 수 있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이는 MH-60R 시호크의 핵심 센서인 APS-153(V) 멀티모드 레이더가 탑재돼 잠수함의 잠망경을 자동 탐지하는 것을 비롯해 수면에 떠다니는 다른 이물질과 구별해 식별·추적할 수 있는 ARPDD 모드, 초소형 표적 탐지 및 고해상도 레이더 영상 등을 갖춰 대잠전 능력이 최적화된 덕분이다.
수명주기비용도 MH-60R 시호크의 강점이다. 미 록히드마틴社에 따르면 비행시간당 비용은 5000달러(약 690만원)로 동급 기종 중 가장 낮은 수명주기비용이 든다. 무기체계의 장비 고장도 거의 없어 가장 중요한 가용성도 95∼98%를 기록해 기존 링스 보다는 월등히 뛰어나다.
해군은 MH-60R 시호크를 도입하면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급 함정과 호위함 등에 배치해 강력한 대잠작전 능력의 한 축을 담당토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MH-60R 시호크에 장착될 예정이었던 미국산 ‘MK 54’ 경어뢰 대신 국산 경어뢰 ‘청상어’(K745)를 탑재할 방침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전 세계적 공급망 문제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장기화 등으로 MK 54 경어뢰 도입이 지연된 탓에 경어뢰 청상어를 MH-60R 시호크에 체계통합하는 것이다.
미 록히드마틴社에 따르면 MH-60R 시호크는 전전후 해상작전헬기다. 구축함과 호위함, 항공모함 등 다양한 수상함에서 운용되고 있다. 미 해군을 위해 개발된 MH-60R은 10년이라는 개발기간과 1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자됐다.
전 세계적으로 320대 이상의 MH-60R 시호크 해상작전헬기가 미 해군을 비롯해 일본, 대만, 그리스, 스페인, 브라질, 태국, 터키 해군 등 8개국이 운용 중이다. 잠수함은 물론 함정도 공격도 가능하고, 해상 조난자를 찾아 구조하는 탐색구조, 각종 보급품을 실어나르는 수직 보급, 특수부대의 작전 지원 등 다양한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전력 강화는 진행 형이다.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1·2차 사업에 이어 2025년부터 ‘해상작전헬기-Ⅱ’ 사업도 본격 추진된다. 이를 위해 방사청은 2023년 12월 29일 제15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노후한 링스 해상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해상작전헬기-Ⅱ 사업을 국외 구매로 추진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사업은 2025년부터 오는 2032년까지 추진된다. 총사업비 규모는 약 2조 8700억 원. 도입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링스 전력의 완전한 대체를 고려하면 24대 가량이 도입될 전망이다.
후보 기종은 미 록히드마틴社 MH-60R 시호크와 유럽 NH인더스트리社 ‘NH 90 NFH’(NATO Frigate Helicopter) 2개 기종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사업 당시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NH인더스트리가 이번 사업에 참여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번 사업은 경쟁입찰로 진행한다.
다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MUH-1’ 마린온 기반의 해상작전헬기로 사업참여 의사를 내비쳤지만, 사업추진이 국외 구매로 결정되면서 참여 기회를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후보 기종 목록에 앞서 8대를 도입한 AW-159 와일드캣이 있지만, 취약점으로 지적된 짧은 체공 시간의 난제를 해소하지 못해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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