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MLB) 선수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돈에 손을 댄 전 통역사가 미국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6일(현지시간) AP통신과 NBC방송, 지역방송 KCAL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미 연방 법원은 이날 은행·세금 사기 혐의로 기소된 미즈하라 이페이에게 징역 4년 9개월 형을 선고했다.
또 1800만 달러(약 260억 5000만 원)의 배상금 지급 명령도 함께 내렸다. 이 중 약 1700만 달러(약 246억 원)는 오타니에게, 나머지는 미 국세청에 지급한다.
그는 오는 3월 24일까지 징역형 복역을 시작하기 위해 당국에 출석해야 한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약 1700만달러를 빼내 도박업자 계좌로 이체하는 과정에서 은행 측이 이를 승인하도록 거짓말을 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22년 소득을 국세청(IRS)에 신고할 때 410만 달러 상당의 추가 소득을 누락한 혐의도 있다.
미즈하라는 7년간 오타니의 영어 통역 전담이자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3월말 불법 스포츠 도박빚과 관련한 의혹이 알려지면서 LA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됐다. 그는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빚을 지게 되자 이를 변제하기 위해 오타니의 돈에 손을 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오타니의 진술과 휴대전화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과 채무 변제를 알고 있었거나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도 "의심의 여지 없이 오타니 씨는 피해자이며 피고(미즈하라)의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았고 앞으로도 그 고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존 홀콤 연방 판사는 이날 "절취 금액이 17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미즈하라 씨가 그 금액을 갚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미즈하라 측은 형량을 1년 6개월로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이 구형한 4년 9개월을 선고했다.
미즈하라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선고받을 형량에 대해 약간의 자비를 구한다"며 "야구 선수이자 한 인간으로서 쇼헤이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쇼헤이가 경기장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내 삶을 바치겠다고 다짐했었다. 나를 믿어준 그의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즈하라는 일본에서 태어나 6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와 영어를 배우고 2013 일본으로 돌아가 야구팀 통역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은 미즈하라가 형기를 마치면 일본으로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