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전 세계를 상대로 고율 관세와 방위비 인상 카드를 쏟아내며 기선 제압에 나선 가운데 ‘대미 투자 확대’라는 선물 꾸러미를 들고 미국을 찾은 이시바 총리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를 고수해온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이슈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회담 하루 전인 6일 트럼프 대통령이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을 약 14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전미철강노조(USW) 등의 반대에 부닥쳤고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지난달 초 인수 중단 명령을 내렸다. 두 회사 경영진이 명령 무효 소송까지 낸 가운데 언론들은 “버릿 CEO가 트럼프를 만나 일본제철로의 인수에 따른 이점을 설명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5년 연속 미국 직접투자 1위 국가라는 점, 소프트뱅크그룹이 오픈AI와 함께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 등을 들어 관세 압박 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시바 총리는 이를 위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트럼프 1기 때 활용했던 일본의 미국 투자 및 고용 기여 현황 지도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력 강화 노력도 적극 어필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대해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방위비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일본은 현재 1%대인 방위비 비중을 2027년도까지 2%로 높인다는 계획을 강조할 방침이다. 산케이신문은 “2025년도 방위 예산이 사상 최대인 약 8조 7000억 엔으로, 트럼프 1기와 비교해 60%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을 언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의 방위비 요구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의 측근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6일 한 대담에서 ‘트럼프가 GDP 대비 3% 이상 증액을 일본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놀랍지 않다”며 “우리는 동맹을 모욕하는 게 아니라 강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 행위가 격화되는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3% 이상’이라는 수치가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부터 ‘트럼프 모드’를 선언하고 회담 준비에 집중해 왔다. 간결하고 명확한 소통을 위해 아베 전 총리 시절 트럼프가 ‘리틀 총리’라고 극찬했던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을 통역으로 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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