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을 제외한 반도체특별법을 우선 처리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도체 연구개발(R&D) 전문직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적용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산업계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거대 야당은 노동계와 당내 반발에 부딪치자 결국 기존 입장으로 되돌아섰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여야 이견이 없는 국가적 지원 부분을 먼저 처리하고 여야·노사 간 이견이 있는 노동시간 적용 제외는 별도로 논의를 지속해 합의되는 대로 처리하자”고 반도체특별법의 단계적 처리 입장을 밝혔다.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전향적 입장을 보였던 이 대표도 5일 재계 인사들을 만나 “반도체 육성에 주 52시간 예외가 꼭 필요한 것이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제와 전력·용수 지원 등도 필요하지만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집중 근무가 필수인 연구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대만 등 경쟁국의 첨단 기업들은 불철주야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데 우리 기업들이 주 52시간제의 틀에 묶여 저녁이면 연구실 불을 꺼야 한다면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그런데도 거대 야당이 기업의 가장 무거운 족쇄인 ‘주 52시간제’ 완화의 군불만 때다가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러니 연일 친기업·성장 우선을 강조하는 이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가 진정성 없는 ‘조기 대선용 꼼수’라는 의심을 사는 것이다.
핵심은 쏙 빼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지적받는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켜도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정말로 첨단산업 육성과 경제 회복을 중시한다면 노동계와 당내 반대 세력을 설득해 주 52시간 예외 적용 조항을 포함한 온전한 반도체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혼란만 부추기는 오락가락 정책 행보를 멈추고 경제 살리기 입법에 앞장서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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