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40대 A씨는 내집 마련 목표로 꾸준히 자금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경기흐름을 지켜보며 매수시기를 기다리고 있어 고액의 자산을 안정적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지난 '22년부터는 4~5%대의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다른 고민 없이 정기예금으로 운용했지만, 올해 2월에 만기가 되는 정기예금은 재예치 금리가 2% 후반 대까지 내려가며 운용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단기 목적자금의 합리적 운용을 위해 NH농협은행 금융전문가의 조언을 구했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세 차례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기존 5.25~5.50%였던 기준 금리를 4.25~4.50%까지 끌어내렸다. 한국은행 역시 작년 10월과 11월에 기준 금리를 두 차례 내리며 한국 기준 금리도 3.5%에서 3.0%로 떨어졌다. 또한 최근 트럼트 취임과 국내 정치적 이슈 등의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으며 미국 증시는 2023~2024년 동안 2년 연속 큰 폭으로 오르며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높아졌다. 미국 증시의 3년 연속 상승은 과거 사례로 볼 때 드문 케이스로 언제 조정이 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2025년 경제와 금융시장은 대내외적 여건으로 불안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녹록치 않은 투자환경에서는 채권투자가 양호한 성과를 가져다 줄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금융상품으로 발행시점에 정해진 이율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기 때문에 주식 등과 비교해 안정적 투자처로 여겨진다. 정기적으로 이자를 받기 때문에 현금 유입액을 반영한 수익 예측이 가능하고,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도 있다. 최근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가 모두 연 3% 이하로 낮아지며 연 3% 후반의 만기수익률을 보이는 단기 우량 회사채는 여타 단기금융상품에 비해 우수한 자금운용 대안이 되고 있다.
채권을 가격 변동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높은 이자율을 주는 채권의 가치가 상승하며 채권가격이 높아지고 주식처럼 매매를 통해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때 듀레이션(현재 가치로 환산된 가중 평균만기)에 의해 금리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달라진다. 즉, 듀레이션은 채권의 금리변화에 대한 채권가격 민감도로 만기가 긴 장기채권 일수록 금리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올해 본격적인 금리 인하 시작을 앞두고 있어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채권의 매력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채권의 금리는 다양한 대외 요인에 따라 결정되고 금리가 상승할 경우 큰 가격변동성으로 주식 투자 이상의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운용기간이 길지 않은 단기 목적자금이라면 기준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 단기 우량 채권 투자를 추천한다. 한국은행은 새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하며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창용 총재의 비둘기파적 매세지로 인해 시장은 2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기대하고 있다. 미국 IB 투자은행 또한 트럼프 2기 관세와 이민정책 등의 영향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강도 및 속도는 달라질 수 있으나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기준 금리가 예상보다 늦게 하락한다 하더라도 현재 금리가 고점일 가능성이 높아 단기채권은 안정적 흐름을 보이며 수익률 측면에서도 시중 정기예금 초과 성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채권 투자는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방식이 있다.직접투자는 안정성을 고려하여 금리 변동성과 신용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더블에이(AA)등급 이상의 3년 만기 우량 회사채 매수를 추천한다. 최근 시장에서 발행된 3년물 회사채 금리는 대체로 3% 대 초반으로 향후 시장금리가 하락하더라도 3년간 고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직접투자가 부담스럽다면 만기매칭형 회사채 ETF 또는 단기 회사채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만기매칭형 회사채 ETF는 만기가 특정시점에 고정돼 있는 채권형 ETF로 만기 도달 시 ETF가 해지되고 투자자에게 해지 상환금이 지급된다. 기존 채권 ETF 대비 예측 가능성이 크므로 낮은 변동성과 안정적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며 최근 수익률은 4%대 수준이다.
단기 회사채 펀드는 우량 단기채권이나 기업어음(CP), 단기사채 등에 투자하며 자산을 수백 개의 채권에 분산 운용하고 있어 개별 기업의 부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펀드에 따라 듀레이션이 3개월 이내의 초단기부터 1.5년 수준의 중·단기 채권까지 다양하다. 듀레이션별 만기수익률이 상이하여 12개월 수익률 기준 3%에서 5% 초반까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만기가 없고 수시입출금이 가능하여 유연한 자금 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권투자의 매력도가 증가하며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액은 40조3000억 원에 달했다. 채권 투자수익은 기본적으로 확정된 이자로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신용 리스크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이 존재하며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 전 채권의 신용등급과 만기구조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의 운용기간에 맞는 상품으로 투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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