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대미 투자를 1조 달러까지 늘리겠다"고 표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지키겠다"고 화답했다. 갈등을 빚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를 두고는 일본 측 매수가 아닌 '거액의 투자 및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고도 전했다.
정상회담은 30여분 간 진행됐으며, 이어 1시간 20여분 오찬이 진행됐다. 회담에는 JD밴스 부통령,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함께 배석했다. 공동성명은 일역판 기준 A4 종이 3매 분량으로 정리됐다. '빠른 시점에 미국을 방문해 달라'는 이시바 총리의 요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내용도 명기했다.
“美 투자 늘릴 것" “일본 100% 지킬 것”
“이른 시점에 방일” 요청 받아들인 트럼프
“이른 시점에 방일” 요청 받아들인 트럼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미 투자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일본의 미국 직접투자 잔고는 2023년 기준 약 8000억 달러다. 2019년 이후 5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미국산 액화 천연가스(LNG) 구매 계획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일본이 조만간 미국으로부터 기록적인 양의 천연가스 수입을 시작할 것"이라며 "알래스카주의 석유와 천연가스 사업에 대해 미일 합작 사업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미국의 억지력과 능력을 사용해 동맹국을 100% 지키겠다. 미일의 강인함을 통한 평화를 인도태평양 전역에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日의 US스틸 인수, 거액 투자로 합의”
이시바 “日기술 더해 세계 공헌토록 투자할것”
이시바 “日기술 더해 세계 공헌토록 투자할것”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 계획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다.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인수'가 아닌 '거액 투자'를 제시했고, 이시바 총리도 이에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수에 대해서는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본 측과) 인수가 아닌 거액의 투자를 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도 "인수가 아닌 투자"라고 트럼프의 의견에 동의한 뒤 "일본의 기술을 더해 일본, 미국, 세계에 공헌하는 US스틸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일본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한쪽만 이익을 얻는 일방적인 관계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을 약 14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전미철강노조(USW) 등의 반대에 부닥쳤고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지난달 초 인수 중단 명령을 내렸다. 두 회사 경영진이 명령 무효 소송까지 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바로 전 날인 지난 6일 US스틸의 데이비드 버릿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하면서 상황 반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갑자기 나온 상호 관세 언급 “다음주 발표"
美언론 글로벌 관세 전쟁 본격화하나 우려
보복 답변 회피 이시바, 트럼프 “좋은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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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회담에서는 미국이 다음주 주요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도 나오면서 세계가 우려해 온 '글로벌 관세 전쟁' 위험도 한층 높아졌다. 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취재진이 "상호 교역(reciprocal trade)에 대한 행정명령에 오늘 서명할 것이냐"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교역에 대해 다음 주에 발표할 것"이라며 "그래서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답에서 오간 표현은 관세가 아니라 교역이었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를 모두 '상호 관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10일이나 11일 회의 후 이뤄질 것"이라고 시점을 특정하고 "아마도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시바 총리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에 대해 보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정적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를 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흐뭇한 표정으로 "아주 좋은 답변"이라고 반응했다. 이어 "와우, 총리는 자신이 뭘 하는지 알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회담을 앞두고 우려했던 방위비 증액 요구는 노골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2027년도까지 국내 총생산(GDP) 대비 2%로 방위비를 늘리기로 했다는 점을 평가하면서 "오늘의 협의로 (방위비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대외유상군사원조(FMS)로 10억 달러 규모의 방위장비품 판매를 새로 승인했음을 알리기도 했다.
대만해협 내용 공동성명 첫기재·中견제
北의 일본인 납치 조기해결 지지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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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 공감하며 중국에 대한 견제 입장을 재확했다. 이에 공동성명에 대만해협과 관련해 '힘이나 위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처음 기재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일본이 힘을 모은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이시바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조기 해결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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