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등 이른바 ‘데이트 코스’ 업종이 불황에 빠진지 오래인데다 청년들 사이에서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 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정보회사(결정사) 매출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11월을 기준 결혼상담소는 1974개소로 5년 전인 2019년 11월 1610개소보다 22.6% 늘었다. 일부 회사는 매출도 오르는 추세다. 결정사 듀오의 2023년 매출은 404억원으로 2019년 실적 287억원보다 40.7% 성장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간 '스물하나, 서른아홉'에서 젊은 층의 '리스크 회피' 문화를 배경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결혼 상대를 찾는 데 드는 여러 수고로움을 업체에 외주화하면 리스크를 줄이고 자기 수준에서 만날 수 있는 최선의 짝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년들이 ‘나는 솔로’나 ‘솔로지옥’처럼 연애 예능 콘텐츠를 참가하거나 즐기기만 하는 탄식도 나온다.
이 같은 결혼의 외주화는 미래 남편상에 대한 여성들의 시각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2030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 여성들은 예전보다 남성의 외모를 더 많이 본다고 한다. 20대, 30대 젊은 여성들의 경우 남성의 '스펙'보다 '외모'를 보는 경우가 늘었다는 게 결정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능력, 외모와 함께 성격검사(MBTI)도 만남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022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성을 만날 때 MBTI를 고려하는 사람은 24.7%로, 전년 대비 3배 늘었다.
한편 결혼의 외주화는 결혼에 대한 위험을 어느 정도 감소시켰으나, 출산과 양육이라는 리스크를 줄이진 못해 출산율이 지속해서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결혼정보사 가연이 25~39세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결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50%, 여성의 58.8%가 '결혼 페널티'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출산 페널티'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77.2%, 여성 92.8%였다. 남녀를 불문하고 결혼보다 양육에 더 큰 불이익이 따른다고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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