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관세와 방위비를 언급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이시바 총리는 대미 투자액을 1조 달러(약 1458조 원)로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등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미일 정상회담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가늠할 ‘예고편’으로 간주됐던 만큼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총 153억 달러(약 22조 3000억 원)에 이르는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첫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를 “매우 신속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의 투자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이 2027년까지 방위비를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2배 늘리기로 약속했다며 “오늘 협의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이나 11일 상호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외국이 요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것을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60%의 관세를 매기는 상황에서 각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한국의 총 수출액은 53억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내 싱크탱크 분석 중 현 상황과 가장 가까운 시나리오다. 다만 한국 자동차 등에 미국의 맞춤형 무역 제한 조치가 가해질 경우 피해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한국이 방위비로 100억 달러는 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던 만큼 수출·방위비에서 총 153억 달러의 계산서를 내밀 수 있다.
9일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매기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모든 국가에 10%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수출이 132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언급으로 보편관세는 일단 뒤로 밀리는 분위기지만 현실화 시 한국이 받을 충격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면서도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구를 담았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일 핵무력을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말해 미북 간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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