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서로 다른 아파트 단지가 동일한 시공사·사업대행자 등과 계약하는 방식의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동시에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사업 속도를 높이고 사업비와 공사비를 낮추면서도 단지 간 갈등을 낮추기 위해서다. 또 통합 재건축 추진에 따른 기부채납 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한신3차’의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상계한신 1·2차와 함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같은 시공사와 정비업체, 신탁사 등을 선정해 재건축에 필요한 사업비를 낮추는 이른바 ‘단일계약 사업체 구성’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3개 단지가 함께 재건축을 추진하는 ‘통합재건축’ 방식도 고려했지만 재건축 이후 단지 규모가 1000가구를 넘길 경우 기부채납 비율이 크게 오른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이를 철회했다. 공원녹지법은 5만㎡ 혹은 1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건설할 경우 개발 부지면적의 5% 이상 또는 1가구당 3㎡ 이상 규모의 도시공원 또는 녹지를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3개 단지의 가구 수만 각각 420가구와 471가구, 348가구여서 재건축 이전 가구 수만도 이미 1200가구를 웃돈다. 상계한신3차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당초 상계한신 1~3차가 통합재건축을 하는 방식도 고려했지만, 재건축 후 단지 규모가 1000가구를 넘어 기부채납 비율이 급증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통합재건축은 사업성 측면에서 현실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3개 단지가 같은 신탁사와 정비업체, 시공사 등과 계약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전체적인 사업비를 낮추는 방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개 단지 중 재건축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상계한신3차다. 이 단지는 신탁방식 재건축을 결정하고 지난해 교보자산신탁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에 정밀안전진단도 통과했다. 현재 소유주들로부터 정비구역지정 동의서 징구를 진행 중이다.
상계한신 1·2차는 현재 교보자산신탁과의 MOU를 추진하고 있다. 상계한신2차는 2월 중 주민들을 상대로 관련 설명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교보자산신탁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개의 단지가 각각 인허가를 추진하다 보면 속도에 있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 곳의 신탁사가 사업대행자로 선정될 경우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통합재건축의 경우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상계한신 아파트 단지들이 적용할 예정인 방식은 인허가 등은 개별적으로 진행해 갈등을 방지하면서도 한 곳의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계약 사업체 구성 방식의 재건축 추진이 상계동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상계주공 5단지의 추가분담금 논란과 건설사와 조합 간의 소송 전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계동에서 가장 재건축 속도가 빨라 주목을 받던 상계주공 5단지 소유주들이 예상 분담금이 지나치게 많다며 시공계약을 해지했고, 이에 시공사로 선정됐던 GS건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31㎡ 소유자가 전용 84㎡를 배정받으려면 7억 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해 집값 수준의 분담금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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