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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미술관 경비원으로 10년…'멈추는 용기' 배웠죠"

'나는 메트미술관 경비원입니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 내한 인터뷰

형 숨진 후 일상과 분리된 공간 찾아

'무엇도 하지 않음'으로써 상처 치유

"인간, 광활한 세상 한없이 작은 존재

멈춰서 끌리는 작품에 집중해보길"

패트릭 브링리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혜진기자




“마음껏 길을 잃으세요. 광활한 세상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스트레스는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 느끼게 될 겁니다. 방황을 마친 뒤에는 조용히 자신을 끌어당기는 작품에 집중해서 관계를 맺어보세요.”

지난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25만 명에 달하는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의 저자 패트릭 브링리가 한국을 찾아 독자들과 만났다. 브링리는 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대산홀에서 열린 보라토크에 앞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턱 없이 미술관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방법에 대해 이 같이 조언했다. 언뜻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법에 대해 말하는 것 같지만 이는 곧 그가 삶을 대하는 자세다.

스물 다섯 나이에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기 전 브링리는 뉴요커들의 지성으로 여겨지는 잡지 ‘뉴요커’에서 일했다. “‘@newyorker.com’이라는 이메일 계정을 갖고 있고 브로드웨이와 42번가가 만나는 고층 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즐겼어요. 하지만 형이 병마와 싸우게 되면서 제 삶의 공간은 직업적 성취와는 거리가 먼 형의 작은 병실이 됐죠.”

형이 병마와 싸우는 의연하고 간결한 태도를 보면서 하나의 예술을 경험하는 듯했다. 형이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나자 사무실로 돌아갈 수 없다고 느낀 그는 은신처를 찾아낸다. 뉴욕 센트럴파크 한복판에 있는 12에이커(1만 5000여 평) 규모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아름다운 작품들 속에서 조용히 서있는 일을 택했다. 그는 경비원으로 일한 지난 10년을 이 같이 요약했다. “저는 10년간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았어요.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서 있는 게 제 역할이었고 저는 그것을 잘 해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큰 위로로 다가온 것 같다는 설명이다.



처음에는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며 한없이 내면으로 파고들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그림자 같은 존재로 인식하는 똑같은 유니폼에 작품처럼 존재하는 경비원들 하나하나가 한 권의 책 이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미국 사회도 한국 사회와 마찬가지로 고급 자동차나 있어 보이는 명함을 중요시한다”며 “하지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와 경비원만 놓고 봐도 큐레이터가 중요한 면에서 더 인상적인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관대함, 친절함, 올바른 행동 면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학력이 없는 사람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대산홀에서 패트릭 브링리(왼쪽)가 300여 명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정혜진기자


내면으로 파고들던 시간을 지나 어느 순간 스스로 타인에게 말을 걸려 하고 ‘모나리자는 어디에 있나요’라고 묻거나 작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려는 사람들의 존재를 눈치챌 때 저도 모르게 입을 떼게 됐다. 처음에는 자신의 슬픔에 타인들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 마음을 닫았는데 프라 안젤리코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보면서 일상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그는 멈춤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사람이 늘 세상의 아름다움에 자신을 활짝 열어두는 것은 쉽지 않다”며 “내가 마음이 좁아지고 있구나 싶을 때에는 산에 간다든가, 미술관에 간다든가 시도해 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잠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름다운 것, 슬픈 것, 근본적이거나 단순한 것, 웅장하거나 고상한 것과 연결되는 것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 ‘사유의 방’과 북한산 등산을 인상적인 경험으로 꼽았다. “뉴욕과 달리 서울은 도시의 바로 옆에 ‘야생’이 있어요. 저는 늘 이런 부분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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