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부모들이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인지 교육을 시작하려는 양육 풍토가 있다. 부모는 자녀가 또래에 비해 발달이 뒤처지지 않고 언어·수리 등의 인지 역량이 제 나이보다 좀 더 빨리 발달하도록 하려면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부모들은 자녀의 사회정서 발달이 특별한 도움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 인간으로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안전하며 보호받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을 때, 어딘가에 속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이 받아들여진다고 느낄 때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행동·감정·느낌을 깊이 살펴보는 사회정서적 역량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정서적 역량은 건강과 행복의 기초이며 배우고 열심히 일하고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인간이 사회정서적 힘에 기반해 행동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기분이 우울하거나 불안하고, 다투거나 갈등을 느끼면 일상을 유지할 힘을 잃기 쉽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회정서 발달에서 어려움을 겪는 영유아가 증가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근래 몇 년 사이에 0~5세 영유아 중 사회정서 발달 영역에서 발달 지연이 크게 늘었다.
정부는 발달 경계선상의 영유아 지원을 국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선정했고 여러 기관들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서비스가 부모와 교사를 위한 발달 지원 및 양육 상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회성 서비스와 동일 대상에 대한 같은 유형의 서비스가 시차를 두고 반복 제공되기도 한다. 심지어 정서 발달에 대한 개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관련 전문 인력의 양성과 자격 기준, 역할도 취약하고 또 기관마다 다르다. 이런 서비스는 발달 지연을 제한된 시각, 즉 문제 행동의 관점으로 이해하도록 한다. 장애 유무 판별과 치료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도 높인다. 발달 지원 서비스는 영유아 사회정서 발달에 대한 이해를 돕고 발달 경계선의 영유아를 비롯한 모든 영유아의 건강한 사회정서 발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회정서 발달의 의미와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사회정서는 내가 누구인지, 감정과 생각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알게 해주고 주변 세계를 탐색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사회정서 발달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도 이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발달이 이뤄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막연하게 자녀와의 대화 등이 사회정서 발달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뿐이다.
생애 초기 사회정서 발달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가마다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이유다. 발달 지원 서비스가 정비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정서적 역량이 무엇인지, 어떻게 발달하는 것인지를 부모와 교사 등에게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이는 한 개인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며 우리 사회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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