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재직하는 동안 약 600편의 논문과 특허를 발표했다. 또 ‘저널 오브 일렉트로세라믹스’의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여정 중에 많은 한국 학생·연구원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열정적인 이들과의 협력은 행운이었다. 함께 했던 재능 있는 한국 인재들 중 여러 명이 모국의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돌아가 현재까지도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파트너십의 발전과 성과를 목격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인류는 현재 기후 변화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 해수면 상승, 생태계 교란 등 기후 변화의 결과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에서 청정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공동 노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과제다. 그리고 기후 변화는 인류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많은 도전과제 중 하나일 뿐이다. 에너지 안보 확보부터 생태학적·사회적 위기 해결까지 인류에게 주어진 도전과제들은 단일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기술·자원·전문지식을 공유하는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점에 지난해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참여한 것은 영광이었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톱 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 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지원’ 프로그램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과 해외의 우수 연구기관이 최대 10년 동안 장기적인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젊은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발전을 강조하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촉진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MIT 미래에너지 이니셔티브’ 컨소시엄은 탁월성과 혁신으로 유명한 두 대학의 학제 간 연구팀을 결집해 획기적인 연구를 수행해갈 것이다. 컨소시엄의 목표는 확장 가능하고 비용 효율적인 녹색 수소 생산과 첨단 배터리 기술을 위한 기초적이고 실용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핵심적인 특징은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을 포함한 최첨단 기술을 신소재 개발에 전략적으로 활용해 연구개발(R&D)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은 재료 발견을 위한 혁신적인 통찰력을 제공하고, 로봇 공학은 실험 프로세스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향상시켜 전반적인 연구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인류의 도전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강력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KAIST와 MIT 간의 파트너십이 이러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추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과학기술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전 세계의 혁신적인 연구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이 더욱 촉진되기를 기대한다. 모두가 함께 협력할 때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유산을 남길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