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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이네요” 현실 속 백강혁 감동시킨 사연

■오종건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장

복지부 예산 삭감에 사업 중단 기로…서울시가 심폐소생

교통사고·추락사고 등 중증외상 환자 대부분 사회적 약자

사회안전망 강화 위해 중증외상 부문 투자·지원 강화 절실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전경.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지금껏 우리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우리가 시도한 심폐소생술은 실패했는데 국민들이 다 죽어가던 수련센터를 살려냈습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오종건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장(정형외과 교수)은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증외상 분야에 이토록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게 믿기질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 센터장은 “201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서울지역 외상전문의 집중 육성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이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면서 “이제 한계인가 싶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고 감격해했다.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는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주인공 백강혁 처럼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외상전문의를 전문적으로 육성해 왔다. 교통사고와 추락사고 등으로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이 119 구급대 등에 의해 권역외상센터로 수송됐을 때 제일 먼저 달려오는 의사들이 바로 중증외상 전문의다. 필요에 따라선 드라마에서처럼 응급의료 전용 닥터헬기를 타고 사고 현장에 직접 출동해 환자들을 치료한다. 외과·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외과 등 전문의를 취득한 후 세부 전문의로 길러내는 수련병원들은 몇 군데 있지만 정부 지원으로 집중 수련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센터는 이곳이 유일하다. 11년 간 이 곳을 거쳐간 20여 명의 중증외상 전문의들은 고대구로병원뿐 아니라 아주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가천대길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국군수도병원, 안동병원 등 전국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며 전국에서 환자를 살려내고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2025년도 예산이 국회 제출안보다 약 1655억 원 줄어든 125조 5000억 원으로 책정되면서 연간 9억 원씩 지급되던 사업 운영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센터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수련을 받을 예정이던 전문의 2명도 계속 수련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오종건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장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오 센터장은 인터뷰 도중 꼬깃꼬깃해진 공문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이며 "지난해 말 사업 중단을 통보받던 순간에 느꼈던 좌절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증외상 전문의를 길러내는 일 자체가 돈은 많이 들고 병원 수익에 도움은 나질 않기에 비효율적인 사업이라는 걸 잘 안다"면서 "그럼에도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던 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더 힘들어졌을 때 사회가 나서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중증외상센터는 연약한 사회 구성원들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기에 더더욱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 센터장은 "어떻게든 되살려 보려고 고군분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이제 정말 끝인가 보다 싶어 간신히 마음을 접었는데 기사가 나간 직후 서울시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운을 뗐다. 반신반의하며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에 대한 자료를 보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로부터 재난관리기금 5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하다"며 "평소 의학드라마는 보지 않는데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제작진에 너무 큰 신세를 져서 한편이라도 봐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수련센터가 계속 운영되는데도 한 몫했다는 얘기다.

오종건(왼쪽 두번째)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장이 수련의들과 환자 치료 방법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중증 외상성 골절 분야의 권위자인 오 센터장은 복지부가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지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앞장섰던 일등공신이다. 일평생 몸담았던 고대구로병원이 과거 구로공단에 기반을 두고 있다보니 공사장 내 추락사고, 오토바이 사고 등으로 인한 중증외상 환자를 유독 많이 겪었다. 그만큼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중증외상 분야에 대한 애착도 크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서울시의 발빠른 지원 덕에 급한 분은 껐지만 오 센터장의 가슴 한 켠에는 여전히 무거운 짐이 얹혀있다. 법적 근거를 갖춘 정식 센터로 승격되지 않는 한 매년 예산 책정 때마다 존립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인기마저 사그라들면 올해 일몰 예정인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 그는 "중증외상 분야는 일시적 열풍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시설과 교육 수련 기능을 갖춘 중증외상센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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