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두고 국민들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있다. 12·3 계엄 직후와 달리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크게 올라 더불어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그동안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과 민주당의 집권이 확정된 것처럼 오만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헌법재판소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 사이의 갈등과 혼란이 극심한데 어떤 합리적 논거로써 국민들을 설득해 갈등과 혼란을 종식할 것인지가 문제다. 다른 한편으로는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문제다.
이 두 가지의 과제는 서로 맞물려 있다. 국민들 사이의 심각한 갈등과 혼란으로 인해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가 하면 이러한 우려 때문에 합리적 결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 갈등과 혼란을 종식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진영 간의 극심한 갈등을 해소 또는 완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헌재가 할 수 있는 일도,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현재 헌재의 최우선 과제는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 및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다.
헌재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전혀 근거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 결정이 재판관들의 정치적 임명 배경 및 성향에 따라 4대4로 나왔기 때문이다. 법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이렇게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확하게 나뉘기 어려우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정이 8대0의 만장일치로 나왔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이나 남편의 소속, 동생의 정치적 활동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헌재는 이런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함으로써 국민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사법부의 권한 침해가 우려된다는 말로 대응했다. 이는 자칫 헌재가 국민들의 우려를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왜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하던 헌재가 이렇게 대응하고 있을까.
대통령 탄핵 심판은 대한민국의 장래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헌재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결정에서는 ‘불법의 중대성’ 요건으로, 박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에서는 8대0 결정으로 법리적 판단임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을 설득했고 당시의 갈등과 혼란을 종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헌재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그것이 가능할까.
헌재의 최종 결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헌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깨어진다면 최종 결정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헌재는 정치적 편향성 및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로서 헌법재판소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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